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서울메트로에 시정명령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심리상담을 신청한 직원의 실명을 다른 직원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일까, 아닐까. 서울시가 건강과 개인의 심리 상태 등을 알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본인 동의없이 공개해 정신적 피해를 입힌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서울메트로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서울메트로 소속 정모씨가 제기한 '심리상담 대상자 명단 공개로 인한 인권침해' 조사 요청에 대해 지난달 24일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정모씨는 지난해 3월 서울메트로 근무환경개선연구반이 승무원들의 정신보건을 위해 실시하는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심리상담 대상자는 ▲사상·사고 유경험 기관사( 필수) ▲사상·사고 유경험 차장 및 각종 장애 유경험 기관사 또는 차장 ▲우울·불안·불면증 등 상담을 원하는 승무원 ▲자녀·가정 등 일상적인 문제로 상담을 원하는 직원 등이다.
이후 정씨가 소속된 승무사업소에서는 3월29일 직원들이 지나다니는 회사 복도에 이 상담을 신청한 16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정씨는 "승무부장 명의로 '업무 관련 면담을 요청하니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면담을 필하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과 명단을 기재했는데 누가 봐도 심리상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또 "사상·사고를 경험한 승무원뿐 아니라 고장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중징계를 받은 승무원들을 장애 유경함자로 대상자에 포함시켰는데, 숨기고 싶은 사고 사실이 전 직원에게 공유되면서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됐다"고 밝혔다.
해당 승무사업소 소장은 "지하철 승무원은 순환근무를 해 개인별로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게시판에 고지하고 확인서명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업무방식이었기 때문에 제도를 처음 실시하면서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명단에 오른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4월1일 명단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승무원 심리상담 실시 대상자가 공문에서 보듯 건강과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는 직원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고, 신청인의 구체적인 진술을 볼 때 인권 침해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정내렸다.
공문에 적시된 심리상담 대상자가 한정돼 있고,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을 다른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해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서울메트로에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부서와 담당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할 때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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