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노후 환경개선·초등 돌봄교실 등 현장 밀착예산 삭감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지난 30일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에 대해 교육청이 사상 처음으로 부동의한 후 시의회 내 다수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 및 교육청 간의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청의 부동의로 인해 시의회가 증액한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 건 물론 ‘사립학교 노후 환경개선’, ‘초등 돌봄교실’ 등의 예산이 삭감돼 결국 서울 학생·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시교육청은 “시의회가 증액한 470억 중 363억(77%)는 사전 실태조사와 우선순위 공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이라는 입장이다. 시의회의 새누리당의원협의회는 “민주당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예산결산위원회의 수정안을 무산시키고 수정안을 만들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비민주적”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본회의에 밀어부친 수정안은 올해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부의원의 쪽지예산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종욱(민주당) 시의회 예결위 부위원장은 “지역구 예산 항목 중 대부분은 교육청이 동의했던 내용인데 교육청은 무리한 증액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부위원장은 “학교환경개선비가 2012년 1800억에서 2013년 73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예산도 800억인 상황에서 학교 현장의 민원을 받아들여 300억원 가량을 증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문수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문 교육감이 소위 쪽지예산이라고 지적한 363억원의 증액분은 창호 교체나 지저분한 화장실 개선, 학교운동장 등 시설보수, 학교급식시설 설치 설계비 등 필요한 사업비다”고 지적했다.
확정된 이번 예산안에서 시의회가 증액했지만 시교육청이 부동의함에 따라 집행되지 않는 예산은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363억원과 혁신교육지구 지원 12억원, 교무행정지원사 인건비 11억원, 비정규직 처우개선비 21억원, 지역 복지 네트워크 구축비 6억원 등이다.또한 시의회가 특정 사업에 470억원의 예산을 늘리면서 시교육청이 감액한 사업은 장애 특수학교 설계비 10억원, 사립학교 노후 환경 개선 12억원, 초등 돌봄교실 15억원 등이다.
이렇게 많은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시의회가 증액한 470억원이 전체 예산(7조439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밖에 되지 않지만 고정비용 등을 제외하고 교육청이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사업예산이 3600억여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교육비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겪는 학부모들,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교육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시교육청은 예산안에 대한 재의 요구를 할 예정이지만 재의결 여부와 상관없이 예산안은 계속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재의결될 경우 시교육청은 예산을 처음부터 편성해야 한다. 만약 재의결되지 않으면 시교육청은 대법원 제소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