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내부 메시지 돌린 경제부총리
현재 경제상황에 "어두운 터널 헤쳐가는 중"
"쉬라는 말도 못 꺼내…미안하단 말도 민망"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당국의 계엄사태 선제대응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가 멈췄을 것이라는 소회를 내부 직원들에게 밝혔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두고서는 국내 경제시스템의 회복력과 체계적 대응으로 헤쳐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계엄 사태 수습으로 업무량이 증가한 내부 직원들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24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20일 오전 모든 직원에게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이라는 메시지를 내고 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최 부총리가 전직원들에게 계엄 여파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총리는 “만약 (계엄) 사태 초반에 시장의 불안심리와 불확실성에 맞서 여러분과 제가 본능적·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가 길을 잃고 우두커니 멈춰 설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한다”며 “다행히 우리 경제시스템의 강한 회복력, 경제적 합리성으로 훈련된 여러분의 체계적 대응, 이번만큼은 일이 먼저라는 헌신 등에 힘입어 어두운 터널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늘 그랬듯이 여러분 역량이 곧 장·차관의 역량이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선포와 해제가 있었던 지난 4일 이후 매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비공개 형식으로 주 1회 진행하는 회의지만, 계엄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일일 단위로 시장안정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계엄해제 당일 대외신인도 추락을 막기 위해 각국 재무장관,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및 금융기관 투자자에게 긴급서한을 보냈고, 내년 1월에는 미국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최 부총리는 계엄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업무가 급증했고 이에 따른 직원들의 과로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마 밤과 낮, 평일과 주말, 일과 가정의 경계가 모두 허물어졌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렇게 기진한 상태에서 지금도 25년 경제정책방향을 붙들고 있을 여러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이제 쉬라는 말을 못 꺼내니 미안하다는 말도 공허하고 민망하게 느껴진다”며 “고맙다는 말로 미안함을 대신하겠다”고 전했다. 또 “이번 (계엄) 상황에서 여러분이 느꼈을 혼란, 갈등,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장관으로서 또 선배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각자 책임지고 있는 경제영역에 대한 걱정은 훨씬 컸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신년 메시지로 “향후에도 경제주체들이 우리의 분석과 전망을 나침반 삼아 준비된 2025년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아울러 여러분의 마음도 아물고 상처에도 새살이 돋아 더 단단한 우리 기재부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간부급 공무원들을 향한 당부도 담았다. 최 부총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해야 한다며 별스럽지 않다는 듯 대답하는 주무관, 사무관, 서기관의 모습이 안쓰럽다”며 “간부들은 직원들이 틈틈이라도 쉴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 쓰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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