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이곳에서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스럽다."
K리그 사상 첫 '더블(2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황선홍 감독이 친정팀 포항에 대한 애틋함을 숨기지 않았다.
황 감독은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지도자 최고 영예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113표 가운데 75표를 얻어 김호곤 울산 감독(33표)와 최용수 서울 감독(5표)을 제치고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2008년부터 3시즌 동안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부진한 성적으로 고전을 거듭하다 2011년 친정팀 포항으로 자리를 옮긴 뒤 비로소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처음 정상에 오른 뒤 올 시즌 FA컵과 정규리그를 모두 제패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모기업의 재정 악화로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경쟁을 펼쳤으나 유스 팀 출신 젊은 피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토종 군단'의 저력을 보여줬다. '스틸타카'란 수식어와 함께 '황선대원군'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황 감독은 "6년 동안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고 고비도 있었다"면서 "돌이켜보면 본분을 지키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1993년 포항제철(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황 감독은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디뎠고 20대를 보냈지만 우승컵이 없어 늘 아쉬웠다"면서 "감독으로 꿈을 이루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줘서 이런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며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