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영식 기자]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이 5일 휴가를 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초 KT 올레캠퍼스에 출근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오늘 휴가계를 냈다. 기간은 미정"이라면서 "그렇다고 업무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며 검찰 조사에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KT가 이르면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채 회장의 구체적인 퇴임 일자와 차기 CEO가 선임될 때까지의 절차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3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의 사임을 두고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르완다 진출 등 KT의 해외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채널아프리카 등 아프리카지역 언론들은 4일(한국시간) AFP통신 등을 인용해 이 회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했다. 한국 유선시장 1위, 이동통신시장 2위 사업자인 KT가 최근 르완다 정부와의 공동법인 설립에 이어 케냐에도 진출했으나, 배임 혐의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았다며 이 회장의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KT의 해외시장 인수합병 등 사업 확대 계획이 이번 사건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상대로 사옥 39곳을 감정가 이하 금액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 회장이 이를 부인해 왔으며, KT 임직원들에게 "KT의 역사와 자부심이 이번 일로 인해 더 이상 손상되선 안 된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힌 것도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이 회장의 사임 표명 이후 이사회가 조만간 사임 시기와 후임자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헐값매각 의혹 등은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KT 측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 25개 이동통신사업자가 참여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멤버로 선임됐으며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국내 기업인 중 최초로 기조연설을 맡는 등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상당한 무게를 갖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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