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경의 잇단 수사를 받고 있는 KT&G가 KT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KT&G는 잇단 세무조사와 검경의 수사를 민영진 사장 퇴진을 위한 압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석채 KT 회장과 달리 민 사장이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KT&G도 KT와 마찬가지로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으로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다.
경찰은 5일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면서 용역비를 과다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민 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민 사장은 자리를 유지하면서 성실히 재판에 임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KT&G는 201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KT&G의 서울 남대문 호텔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용역을 맡은 N사에 10여차례에 걸쳐 34억원에 달하는 용역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사업에서 용역비의 적정 금액이 6억원 수준임에도 민 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이 N사에 용역비를 지나치게 많이 지급해 회사에 2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KT&G 측은 "용역비 지급은 천문학적 기대이익에 비해 규모가 과도하지 않은 정상적 경영 판단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앞서 KT&G는 지난 3월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6월 검찰과 경찰의 부동산 관련 비리 수사, 7월 강남아파트 사택 구입 논란, 8월 본사 압수수색까지 사정기관의 전 방위 압력을 받고 있다.
사정기관의 칼끝이 마지막에 민 사장을 겨냥하자 업계는 그동안의 사정기관 행보가 결국 민 사장을 겨냥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MB 때 임명된 민 사장이 정권교체기에 연임한 것을 두고 괘씸죄를 적용, 사퇴 압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KT&G 관계자는 "민 사장은 내부 승진자 출신으로 MB 때 임명된 것뿐이지 MB맨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사정기관이 전 방위 압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석채 KT 회장 사임 이후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민 사장"이라며 "정권이 바뀐 후 이른바 'MB 인사'로 불리는 수장들의 물갈이 태풍이 어디까지 불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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