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대금, 흔적 남는 할부 대신 직접 방문해 거래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이달 들어 다시 확연하게 과열되는 가운데 일선 대리점ㆍ판매점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현금완납'과 '내방판매'라는 새로운 판매 양상이 나타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판매자들이 현금완납과 내방을 판매 조건으로 내건 사례가 부쩍 늘었다. 현금완납은 휴대폰값을 개통과 동시에 전액 지불하는 것이며, 내방은 해당 판매점을 직접 방문해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출고가 89만9800원인 갤럭시S4에 보조금 최대 가이드라인 27만원이 적용돼 62만9800원인 경우, 보통 약정기간에 맞춰 매달 할부로 2만8000원 정도를 부담하지만, 현금완납이면 전액을 모두 내고 월 통신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예전부터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할 때 이 같은 방식이 가능했지만 목돈을 지출하는 부담이 커 보통 할부를 선택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갤럭시S4LTE-A나 G2 등 고가 단말기 가격이 20만원 안팎까지 떨어지자 현금완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유는 당국의 과다 보조금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단말기 대금을 완전히 납부했으니 서류상에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중순까지는 정상 가격을 받은 뒤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페이백' 조건이 많았지만 사기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보니 현금완납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판매점 관계자는 "20만~30만원을 바로 지불해야 하지만 별도로 신용카드 할부를 하면 최대 12개월까지 분납이 가능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방판매 조건까지 결합됐다. 오프라인 거래는 이동전화 파파라치 신고포상제(일명 '폰파라치')의 대상이 아니라서 단속을 피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사용자들은 지방에 위치한 판매점을 내방하기 위해 서울에서 '여행'을 떠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이 과열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 23일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변형된 판매형태가 나오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시장과열이 계속 이어진다면 더욱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폰파라치 신고제도에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누락된 것은 문제"라면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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