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과열에 칼을 빼들었지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폰5s, 갤럭시노트2, 베가 시크릿과 같은 최신폰이 줄줄이 나오면서 재고폰 밀어내기가 한창이고, 각 사별로 올해 영업목표를 달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26~28일) 이동통신 3사의 '신규 번호이동 건수'는 올 들어 최고치인 12만7032건을 기록했다. 주말임을 고려해 업계에서는 통상 토·일·월요일은 일일 번호이동 평균을 낼 때 2.5로 나누는데 이 공식을 적용하면 하루에 5만812건에 달한다.
방통위가 정한 시장과열 지표인 2만4000건의 무려 두 배에 달한다. 그 전 주말(19~21일)에는 일일 2만3702건 수준이었다. 방통위가 보조금 과열 주도 사업자를 골라내 한 사업자만 처벌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통 3사는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5일 아이폰 출시에 앞서 아이폰에서 열외인 LG유플러스가 보조금을 대거 풀면서 과열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LG유플러스는 펄쩍 뛴다. 보조금 과열의 발단은 4분기에 60만명 가입자 순증을 목표로 삼은 KT와 이를 쫓아가는 SK텔레콤 탓이라는 반박이다.
방통위가 보조금 조사에 들어간 23일부터 주말 직전인 25일까지 '순증 번호이동 건수'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경쟁사에 빼앗겨 줄어드는 추세(각각 1352건, -720건, -1만1455건)다. LG유플러스도 마이너스 곡선(-289건, 578건, -594건)을 그렸다. KT는 증가(-1063건, 142건, 2634건)했다.
KT가 방통위 보조금 조사가 시작된 직후인 24일 70만~80만원대 보조금을 지급한 이후 그 다음 날 90만~100만원까지 올렸고, 그사이 SK텔레콤은 80만~90만원대, LG유플러스는 60만원대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다 주말에는 이통 3사 모두가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방통위 시장조사과 관계자는 "시장 과열 주도사업자라고 해서 반드시 먼저 보조금 경쟁을 촉발한 사업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보조금 경쟁을 따라간 사업자라도 시장을 지속적으로 과열시키는 사업자가 처벌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더 강한 제재를 내릴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7월 KT는 '보조금 주도' 사업자로 지목돼 7일간 혼자 영업정지를 당하는 본보기 처벌을 받았다. 올해 1~3월 SK텔레콤은 22일, KT는 20일, LG유플러스는 24일간 영업정지를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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