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임상시험 비반응자 10~15%
본격 시판되니 20%까지 증가
'위고비','오젬픽', '삭센다' 등 비만 치료제가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이 같은 약물을 복용한 5명 중 1명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계열 비만 치료제 복용자 가운데 20% 내외는 '비반응자'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갖춘 물질이다. 주로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은 췌장 베타세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또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한편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포도당 흡수를 늦춘다.
이러한 비만 치료제의 성분명은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이며, 상품명으로는 위고비'·'오젬픽', '마운자로'·'젭바운드', '삭센다', '트루리시티', '리벨서스', '빅토자' 등이 있다.
AP통신은 임상시험에서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투약으로 비만 치료를 받은 환자 중 다수에서 15~22%가량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체중 감량이 5% 미만 수준이라 이런 약물에 '비반응자'로 분류된 환자의 비율은 대략 10~15% 정도였다. 하지만 살 빼는 약들이 본격적으로 시판돼 사용자가 수천만 명 수준에 이르면서 비반응자 비율을 이보다 더 높여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AP통신에 "모든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작용체 약물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반응자 비율이 아마도 약 20%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당뇨병 전문가인 파티마 코디 스탠퍼드는 "문제는 저마다 반응이 각각 다르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물들이 효과가 있는지는 대개 투약 몇 주 안에 판명이 난다고 전했다. 대개 체중 감량 효과가 있을 경우 조기에 나타나며, 투약 용량을 늘리면서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GLP-1 수용체 작용제 중에서도 특정 약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가 다른 약에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약물 복용 외에도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도 체중감량 성공 여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넬대 와일 의대의 비만 치료 전문가 캐서린 손더스는 "비만은 매우 복합적인 질병이며 매우 종합적으로 치료돼야 한다"면서 "만약 처방한 약이 효과가 없다면, 항상 대안이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위고비 처방 시 충분한 진료를 통해 대상 환자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각 병원에 보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달 중순 공식 출시한 위고비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따라서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위고비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졌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고 환자가 오인하게끔 홍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비대면 진료 시 의약품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고비 처방 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사항을 준수하고, 담낭 질환이나 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사전에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에서 위고비는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을 동반한 과체중 환자에 처방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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