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황 CEO는 블룸버그TV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로부터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8단과 12단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현재 HBM3E 8단·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면서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다만 황 CEO가 최근 3분기(8∼10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공급업체로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은 언급했지만, 삼성전자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랠리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해야 하며, 엔비디아로서도 가격 협상력과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홍콩을 방문 중인 황 CEO는 이날 홍콩과학기술대에서 공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후 대담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법과 정책을 준수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 세계 고객을 지원하는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첨단 컴퓨팅 제품의 수출 규제를 강화해도 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황 CEO의 발언은 차기 행정부에서 대(對)중국 수출 통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트럼프 1기와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판매를 제한해왔다. 이에 전 세계 AI 칩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중국에 자사 주력 칩인 'H100' 대신 연산 능력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춘 'H20'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CEO는 "중국이 AI 발전에 기여해 왔다"며 "특히 홍콩과기대가 중국의 과학 연구 문호를 개방하고 전 세계 AI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AI의 목표는 훈련이 아니라 추론"이라며 "AI가 이산화탄소 저장의 새로운 방법이나 새로운 풍력 터빈 설계, 새로운 전기 저장 재료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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