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적어도 프로축구에서 아시아 무대의 주인은 한국이다. 'K리그 대표' FC서울이 그 명제의 진리값을 증명하기 위해 나선다.
서울은 22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사우디 메카 킹 압둘 아지즈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알 아흘리(사우디 아리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서울은 K리그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유일한 K리그 생존팀. 클럽 역사 최초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동시에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K리그의 5년 연속 결승 진출팀 배출이란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대회 전신인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1967~1972)·아시안클럽 챔피언십(1985~2002)을 통틀어 최고 기록은 이스라엘(당시 아시아·1967~1971)과 K리그(2009~2012)의 연속 4년이다.
알 아흘리전은 새로운 금자탑의 초석이 될 한판이다. 물론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데다, 이번에도 8강에 오를 때까지 무패(5승3무)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명문 FC포르투의 사령탑이던 빅토르 페레이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타이시르 알 자심 등 현 사우디 대표팀 선수도 5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리그 득점왕 출신 빅토르 시모스로 대표되는 공격진에는 지난달 초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던 석현준까지 가세했다.
물론 서울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한다. K리그 클래식 최근 7연승의 쾌속 질주. 공격 듀오 데얀(데얀 다미아노비치)-몰리나(마우리시오 몰리나)가 건재하고, 미드필더 하대성과 수비수 차두리도 최근 부상에서 복귀했다. 윤일록 고요한 김진규 고명진 김주영 김치우 김용대 등 주전 선수들도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간판 수비수 아디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것이 유일한 흠인 정도다.
ACL 토너먼트는 홈 앤드 어웨이에 원정 다득점 규칙이 적용된다. 원정 경기 성적은 다음 라운드 진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득점 패배는 최악의 결과다. 반대로 무실점으로 승리할 경우 4강 진출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설령 비기거나 패하더라도 많은 골을 넣는다면 2차전 홈경기에서 역전할 수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도 도전의 무대다. 최 감독은 대행 시절이던 2011년, 팀의 수장으로서 ACL에 처음 임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8강전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에 밀려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 원정에서 소극적 경기 운영을 선택했다가 1-3으로 완패한 것이 화근이었다. 최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시의 초보적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라며 ACL에서의 설욕을 다짐해왔다. 같은 사우디 리그 팀을 상대로 약속을 실천할 기회다.
변수는 무더운 기후와 일방적 응원 등 중동 원정의 불리함.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최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빡빡한 일정에 원정의 불리함까지 안고 있지만, 2년 전 나쁜 기억을 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선수 변화보다는 수비를 먼저 튼실히하며 승리를 노릴 것"이라며 "급한 건 1차전 홈경기를 이겨야 하는 상대"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이에 페레이라 감독은 "조직력을 무기로 서울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우리 팬들이 팀의 12번째 선수가 되줄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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