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대한상의 회장 취임사
부족한 저에게 우리나라 상공업계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데 대해 먼저 감사드립니다. 맡겨 주신 뜻에 어긋나지 않게 맡은 바 역할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입니다. 대한상의 뿐만 아니라 지방상의의 상당수도 백 년을 넘나드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상공회의소가 이 나라 상공업 역사의 증인이자 주역임을 반증합니다. 식민지 지배에서부터 온갖 역사의 질곡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로부터 시작해 오늘의 경제적 기적을 일구는 과정 과정의 한 축에는 우리 상공인들과 상공회의소가 있었습니다.
대한상의는 이러한 자긍심 아래 상공인의 권익 향상과 상공업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 대한상의는 새로운 도전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경제상황과 각 방면에서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 기업에게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한상의가 맡아야 할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는 지난 며칠 동안 전국을 돌면서 각 지역의 회원 여러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상공인들에게 풀어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음도 확인했습니다.
이제 막 취임한 만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공언하기 보다는 제가 역점을 두고자 하는 몇 가지 방향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상공인의 경제적 지위 뿐 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높여야 한다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한국경제는 그 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압축성장을 해왔습니다. 우리 상공인들은 우리 경제가 이 만큼 성장하기까지 많은 역할을 해왔으며 그에 따라 경제적 지위를 높여왔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랐던 만큼 한편에는 아직 미처 풀지 못한 성장통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도 우리 기업들의 성공 신화에는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기업 정서가 폭 넓게 존재합니다.
이제는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를 본격적으로 높여 나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상공인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만큼 평가를 받아야 하며, 맨 땅에서 맨 손으로 성공을 일구어낸 존경 받을 만한 상공인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야 합니다. 일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올바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과거 압축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던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하며, 법과 원칙 안에서, 그리고 사회의 신뢰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영 활동을 해야 합니다. 기업은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솔선수범하고, 사회는 그런 기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군사력으로 국가 부강이 가능한 시대는 몇 세기 전에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경제력이 국가 부강을 좌우합니다. 그 한 축을 맡고 있는 상공인이 존경 받고 박수를 받으며 국가 부강에 당당히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적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대한상의가 앞으로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참으로 어려운 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세를 지속할 우려가 있고, 아직도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부 선진국 경제는 회복의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은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유럽의 재정위기 등 예견된 경제적 리스크에 더하여 중동지역에서의 정치적 혼란 등 비경제적 리스크들이 우리 상공인들로 하여금 그 어느 때 보다 현명히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도 정부의 노력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 투자 부진 등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경제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우리 경제는 수출이 성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저 성장기를 맞아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해서 경제성장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도모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수출과 내수가 함께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이를 위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균형 있게 시너지를 내며 발전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도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발 맞춰 국내 상공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정부 정책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추진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여러모로 변화가 많은 시기인 만큼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도 많고, 현안 해결을 위해 대한상의가 해야 할 일도 늘어나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어느 단체나 개별 기업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상공인들이 일자리 창출에 관건인 투자 활성화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의지가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시장 상황과 경기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투자 기회를 찾아내야만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너무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에게 기회와 혁신이었던 사업과 방식은 이미 누구나 갖고 있는 상식이 되어 버렸고, 다가오는 미래는 가늠조차 하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끊임없는 자기 변신과 혁신,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과 식견이 더 없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미래에 대한 혜안과 세계를 바라보는 열린 눈이 없이 우리 옆과 국내만 봐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도, 투자 기회도 찾기 어렵습니다.
시각을 밖으로 돌려 국제경제의 흐름과 그 흐름에 영향을 주는 국제정세의 변수까지도 고려 요소에 넣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추어 대한상의는 국제 흐름 파악에 14만 상공인의 눈과 귀가 되고자 합니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 정보 교류도 기회 포착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백과사전 한 질로 대부분의 정보 수요를 충당하던 시대는 기억에 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 실시간으로 지식이 교류되고, 지식의 독점과 축적보다 널리 지식을 검색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돋보이며, 상호 지식을 나누고 같이 쓰는 열린 마음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정보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경쟁 속에서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경쟁에서 우위 선점과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는 제대로 된 정보에서 시작됩니다. 대한상의는 상공인 여러분에게 필요한 정보의 허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요즘 상공인과 기업을 둘러싸고 화두에 올려진 것만 해도 그 무게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당면한 국제경제와 국내경제의 저성장 국면 타개, 일자리 창출 및 투자확대 등 기업 본연의 일에 더해, 통상임금 문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하도급법 개정, 골목상권 보호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상법 개정안, 세법 개정 논의, 그리고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 수도권과 지방경제의 양극화 문제 등 모두 다 열거하자면 그 리스트만 해도 숨이 찰 정도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우리 기업들에게 변신하라는 사회의 목소리일 것입니다. 그 목소리를 겸허하게 듣고 마음에 담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감당이 될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입법부 의원님들은 한표 한표의 민의에 의해 당선된 분들이고, 그 분들의 입법활동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이라는 점에서 존경을 표합니다. 행정부 역시 나라의 살림과 백년대계를 맡는 책임 아래 더 나은 방향으로 꾸려 가고자 여러 입법안을 비롯한 규제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입법과 규제는 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공적인 필요에 의해서 생성되는 것이니, 그 단초가 상당부분 상공인에게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구체적 입법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저는 입법과 규제 이전에 그 필요성을 놓고 당사자들이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꼭 입법이나 규제로까지 가지 않고도 현명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소통과 논의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입법과 규제로 가기 전 단계에 소통과 논의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대한상의가 그 통로가 되고자 합니다.
대한상의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회원사들과 정부, 정치권, 언론 등 사회 각 부문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소통과 논의를 통해 기업을 둘러 싼 이해관계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 발전과 선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국 71개 지역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지역 상공인들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찾아 보겠습니다. 대한상의의 장점을 살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대한상의는 내년이면 창립 130주년을 맞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연륜이 미래를 정의해주지는 않을 것이며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과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와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사무국의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회원사에 대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고 경제환경 변화와 정부정책 방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상공회의소의 모든 활동은 회원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가 있어야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무엇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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