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에게 2억5000만달러(약 2788억7500만원)에 매각되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인수자가 포스트의 최대 주주이자 신문 사업에 관심 많은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아니라 베조스 CEO이기 때문이다.
버핏과 그가 이끄는 투자업체 버크셔해서웨이는 포스트의 최대 주주로 지분 27.9%를 갖고 있다. 베조스 CEO에게 포스트를 넘긴 그레이엄 가문은 17.9%만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포스트를 살 수 있었던 이는 버핏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 인터넷판은 40년 동안 포스트 지분을 갖고 있는 버핏이 1999년 이후 포스트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고 최근 소개했다.
버핏이 포스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포스트는 베조스 CEO와 거래에 합의하기 전 인수 희망자 6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매각을 주도한 도널드 그레이엄 포스트 CEO는 인수 희망자 6명 가운데 버핏의 포함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베조스 CEO 덕에 보유 주식 가치의 상승효과를 본 버핏도 입 다물고 있다.
이는 버핏이 최근 2년 사이 적극적으로 지역신문을 사들인 것과 대조된다. 버핏은 지난해 고향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지역신문 오마하월드헤럴드를 사들였다. 이어 1억4000만달러에 미디어제너럴이 소유한 지역 일간지과 주간지를 인수했다.
현재 버핏이 소유한 지역신문은 29개다. 그는 지난 5월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서 "신문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자기가 사들인 "소규모 신문사들이 세후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포천은 버핏이 알려진 것과 달리 인쇄물, 특히 유력 일간지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포천은 버핏이 가격 때문에 포스트를 인수하지 않은 것도 아니니라 추정했다. 버핏이 최근 인수한 신문사의 평균 매입 가격은 주당 500달러로 베조스 CEO의 포스트 인수가인 주당 520달러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포천은 버핏의 신문사 인수 리스트에서 유력 일간지가 빠져 있음을 주목했다. 올해 초반 버핏은 시카고트리뷴, LA타임스를 소유한 트리뷴그룹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버핏은 지난 3월 공개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 서신에서 "인터넷과 TV가 아무리 발달해도 신문의 깊이를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사의 질과 영향력에서 훨씬 월등한 유력 일간지에는 이런 판단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포천은 버핏이 영향력 막강한 유력 일간지 인수를 꺼리는 것과 관련해 그가 많은 취재 인력과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탐사보도 위주의 언론 사업을 좋은 투자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버핏은 1973년부터 포스트에 총 1100만달러를 투자했다. 베조스 CEO의 포스트 인수 발표 직후 버핏의 투자가치는 10억1000만달러로 불어 투자 원금의 90배가 넘는 큰 수익을 거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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