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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골목상권이 죽었다? 골목대장은 살아있다..'나는 골목의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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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밀물 이긴 시장상인 12인 이야기

[Book]골목상권이 죽었다? 골목대장은 살아있다..'나는 골목의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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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맑고 검푸른 색깔을 띠고 있고 눈은 까맣고 배는 통통하면서 볼록하고 옆구리 줄무늬가 선명해야 좋은 고등어입니다." 고경희 제주동문수산시장 제주수산 대표는 수산물 박사다. 눈을 감고도 수산물의 특성을 술술 설명할 수 있다. 14살때 수산물 시장에 자전거 배달을 하던 것을 계기로 그 이후로 줄곧 40년을 수산물과 함께 했다.


다른 상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업기회를 발굴해내는 데도 탁월했다. 1985년 주로 통영, 거제 등 남해안에서 성행하던 멸치 어장을 제주도에 들여온 장본인도 고 대표다. 당시 멸치 건조장 순이익만 하루에 200만원을 넘어 45일간 1억원이 넘는 큰 돈이 들어왔다. 일본 수입에 의존했던 양식 전복을 제주도에 들여온 것도 큰 성공을 거뒀다. 고 대표의 철학은 '정직하지 못한 상인은 큰 돈을 벌지 못한다'이다. "마누라는 속일지 몰라도 품질은 안 속인다"는 원칙이 고 대표의 성공 비결이다.

#경남 김해 동상시장의 유성식육점의 주 고객은 외국인이다. 외국인 고객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중소기에 근무하는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오경란 대표의 극성도 한 몫을 했다. 오 대표는 자비를 들여 베트남, 홍콩, 캄보디아 등으로 찾아가 현지인들의 식습관을 공부해왔다. 돌아와서는 외국인들이 자주 먹는 고기 부위를 앞쪽에 배치하는 것으로 진열대부터 바꿨다.


혼자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천원팩' 상품도 선보였는데,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인사 한 마디라도 더 건네기 위해 밤에는 외국어 공부에도 전념했다. "단돈 1000원치를 사도 고객은 고객이다"는 신념에 따라 1000원어치 물건을 사는 고객들에게도 모두 주차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돈을 벌려는 목적만 앞세우지 않고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고 오 대표는 고백한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골목 상권이 위기를 겪은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도 여간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전국 20만여개의 점포, 35만명이 넘는 상인들의 생존터인 전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위축돼있다. 갖가지 정부의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한 국비만 1조5700억원이 넘는다.


신간 '나는 골목의 CEO다'는 전통시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혁신'과 더불어 '상인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 1위가 품질, 가격, 청결, 불친절, 신용카드 사용 불편 등 '상인 고유의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차장 등 시설 문제에 대한 불만은 차후였다. 저자들(이갑수 백필규 김종국)은 전국 시장을 찾아다니며 숨어있는 '성공' 상인들을 수소문했다. 이 책은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통시장의 변화와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총 12가지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시장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신발가게, 정육점, 건어물점, 야채가게, 생선가게 등의 주인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이들의 노력은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범하다. 컴맹이지만 끊임없는 공부와 도전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차린 목포 해양수산의 김하경 대표 덕분에 맛있고 싱싱한 홍어가 전국으로 배달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인근에 생긴 대형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신발을 구비해 성공한 백광복 논산 골든슈 대표, 국내 최초 친환경 수제 젓가락으로 밥상의 품격을 높인 부산국제시장 아이하시의 김정애 대표, 새우젓의 전통 숙성비법은 유지하면서 염도와 맛에 변화를 줘 젊은 고객층까지 끌어들인 충남 광천시장의 하창수 대표 등이 전통시장을 단단하게 지키고 있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성공 상인들은 하나같이 "제품의 질을 속이지 마라", "고객들에게 친절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성공 키워드를 'STRONG'으로 요약한다. 상인정신(Spirit), 명확한 목표 설정 능력(Target), 고객과의 관계(Relation), 남들이 할 수 없는 아이템에 대한 집중력(Only one), 적극적인 네트워킹과 기본에 충실한 점(Netwlrk & Groud) 등이 그것이다.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공부를 멈추면 안된다"는 부산신평골목시장 우리과자집의 손정복 대표의 말도 성공 비법에 추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사례는 전주남부시장의 청년몰 '레알뉴타운'의 등장이다. 전주한옥마을 맞은편에 위치한 이 시장에는 2011년부터 청년 상인들을 모집해 현재는 27명의 청년상인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젊은 감각과 에너지는 순식간에 시장을 바꿔놓았다. 전통시장에서 보기 힘든 칵테일바, 일본식 철판요리 전문점, 통기타 교습소, 식충식물 전문 화원, 고양이 카페 등은 마치 대학가의 골몰을 연상시킨다. 이들이 지은 가게 이름도 '갈이놀다 가게', '그녀들의 수작', '범이네 식충이' 등 통통 튄다. 어느 새 입소문이 나 젊은 층들의 명소가 됐는데, 이 청년 상인들은 '어떻게 돈을 많이 벌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재밌게 장사를 할까'를 고민한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우리의 슬로건은 돈이 인생의 전분가 아니고 장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즘 청년들이 돈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들이 여기 와서 우리 모습을 보고 '이렇게 살면서 행복한 사람들이 있구나, 그런데 내 꿈은 뭐였지'하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 역시 우리가 여기에서 장사를 하는 하나의 의미라고 생각한다."(전주남부시장 청년몰 제1호 점포 카페나비 정영아 대표)


<나는 골목의 CEO다 / 이갑수 백필규 김종국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1만3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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