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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승수 쌓기, 잰슨 없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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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승수 쌓기, 잰슨 없인 힘들다 켄리 잰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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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번에 지명됐다. 230만 달러에 입단 협상을 마치고 바로 마이너리그 루키 팀 걸프코스트 다저스에 합류했다. 첫 등판은 그해 6월 30일 이뤄졌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는 네덜란드령 큐라소 출신이었다. 스페인어밖에 할 줄 모르는 대부분의 중남미 선수들과 달리 스페인어, 영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큐라소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다. 켄리 잰슨이었다.

잰슨은 시속 161km의 강속구를 던질 만큼 강한 어깨를 갖췄으나 도루 저지가 신통치 않았다. 마이너리그 5년 동안 성공 확률이 37%에 그쳤다. 송구가 정확하지 못했다. 총알처럼 날아가는 롱 태그가 베이스 근처에서 3루 방향으로 자주 휘었다. 이 때문에 아웃 타이밍에도 세이프를 내주는 일이 적잖게 있었다.


약점은 타석에서도 발견됐다. 잰슨은 2008년 싱글A 그레이트 레이커스에서 타율 0.227 OPS 0.695를 때리는데 머물렀다. 방출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성적에 이듬해 디 존 왓슨 다저스 선수육성담당 부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투수 전향이었다.

잰슨은 마운드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 애리조나 폴 리그에서 여섯 번째로 빠른 직구 평균 구속 152.6km를 찍었다. 1위는 157.5km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였다.


다저스는 이듬해 마이너리그에서 45이닝을 던지며 78개의 삼진을 잡아낸 잰슨을 2010년 7월 23일 빅리그에 승격시켰다. 호투는 꿈의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25경기에서 27이닝 동안 41탈삼진 평균자책점 0.67을 남겼다. 9이닝 당 탈삼진(K/9)은 무려 13.67개였다.


잰슨의 2010년 투구에서 직구의 비중은 87.6%다. 평균구속은 151.3km로 불펜투수치고 아주 빠르진 않았다. 올해 빅리그에서 평균 153km를 넘는 투수는 49명에 달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브루스 론돈은 평균으로 무려 159.9km를 찍기도 한다.


잰슨의 호투 비결은 커터였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날카롭게 꺾이는 공에 타자들이 헛스윙과 범타를 연발했다. 커터의 헛스윙비율은 15.5%, 피안타율은 0.071이었다.


잰슨의 역투는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53.2이닝 동안 96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6.10개의 K/9은 빅리그에서 한 시즌 50 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역대 1위였다. 종전 주인은 카를로스 마몰(시카고 컵스)로 2010년의 15.99다. 물론 잰슨의 기록 역시 지난해 크레이그 킴브럴(애틀란타 브레이브스, 16.66개)에 의해 깨졌다.


[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승수 쌓기, 잰슨 없인 힘들다 켄리 잰슨(오른쪽)은 네덜란드 대표로 나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의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삼성의 릭 밴덴헐크와 호흡을 맞췄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잰슨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담당해 25세이브를 거뒀으나 심장 부정맥으로 8월 28일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결국 다저스는 브랜든 리그에게 마무리를 맡기고 시즌을 마감했다. 잰슨의 이탈로 리그는 3년간 2250만 달러의 거액을 거머쥘 수 있었다. 올해 리그의 승리기여확률(Win Probability Added)은 -1.74다. 다저스가 1.74승을 도둑맞았단 얘기다.


스프링캠프에서 건강 유지에 초점을 맞춘 탓에 잰슨의 페이스는 다소 늦게 올라왔다. 4월 한 달간 13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14이닝 평균자책점 1.29. 하지만 커터의 구속이 시속 146.7km에 그쳐 K/9은 9.6개로 크게 줄었다. 2011년부터 K/9의 평균이 14.35개에 달했단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수치였다.


잰슨의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수치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5월 이후 14.88개의 K/9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9이닝 당 볼넷허용(BB/9)은 올 시즌 1.32로 커리어로우를 찍고 있다. 호투를 보이다가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흐름을 망치던 사례가 크게 줄었다. 그 덕에 이닝 당 출루허용은 0.95로 낮아졌다. 하지만 피안타율은 0.219로 커리어 평균인 0.163을 훌쩍 넘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 많다 보니 게스 히팅에 걸려드는 일도 잦아졌다. 시즌의 절반가량을 소화했지만 벌써 5개의 홈런을 맞았다. 잰슨의 커리어하이는 지난 시즌의 6개다.


구속이 올라오고 영점이 잡히면서 6월 투구는 다시 리그최정상급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 달 동안 한 개의 볼넷 없이 13.81의 K/9을 남겼다. 시속 150.9km까지 오른 커터의 구속이 구위 상승으로 직격됐다. 커터의 헛스윙비율은 16.1%로 뛰었고, 피안타율은 0.175로 내려갔다. 무엇보다 장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단 점이 고무적이다.


타자들이 잰슨의 커터에 애를 먹는 건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보이는 좌우 움직임(Horizontal Movement)에 빼어난 커맨드가 더해진 까닭이다. 커터는 8.9cm의 좌우움직임을 보이는데 마리아노 리베라의 5.6cm보다 큰 변화를 나타낸다. 여기에 겸비된 커맨드는 왼손, 오른손 구분 없이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잰슨의 커터는 6월 한 달 동안 60.5%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존의 높은 코스(한가운데 높은, 몸 쪽 높은, 바깥쪽 높은)로 향한 공의 비율이 17.4%에 불과하단 점이다. 3개의 홈런을 허용한 5월의 기록이 28.1%였고, 타자의 벨트 근처로 높게 꽂힌 공이 19.8%였던 점을 떠올리면 꽤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승수 쌓기, 잰슨 없인 힘들다 켄리 잰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잰슨이 통산 634세이브에 빛나는 ‘제국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글쓴이는 리베라에 비해 실력이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상 커터 하나만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마무리는 리베라 이후 잰슨이 유일하다.


지난 6월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잰슨은 류현진 대신 승리를 챙겼다. 2-3으로 뒤진 9회 마무리로 등판했으나 3-3 동점을 허용했다. 야시엘 푸이그와 맷 캠프의 에러에서 비롯된 실점은 승리 없이 6월을 마감한 류현진이나 상승세를 탄 잰슨 모두에게 아쉬움이었다. 다저스 불펜의 WPA는 여전히 리그 최하위다. 전체 29위(-3.71)로 류현진의 승수 쌓기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거론된다. 하지만 잰슨의 컨디션 회복은 분명한 호재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다저스에 조금씩 좋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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