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만 키운 규제 풀리자
이마트도 '새벽배송' 가능
뒤에서 CJ대한통운이 웃는다
육아와 직장생활이 고될수록 쿠팡의 가치는 빛났다. 전날 밤이라도 '새벽배송'이면 다음 날 아침 문 앞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는 불가능한 서비스였다.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법적으로 영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규제가 13년 만에 풀릴 조짐이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이 소식에 가장 기뻐하는 곳이 있다. 바로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이다.
왜 대형마트는 새벽에 물건을 못 팔았나
2013년,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문을 닫아야 하고, 한 달에 이틀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 마트 직원들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명분도 있었다.
문제는 이 규제가 '오프라인'에만 적용됐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24시간 영업해도 아무 제재가 없었다. 그렇게 대형마트가 발이 묶인 사이, 쿠팡이 새벽배송으로 시장을 집어삼켰다. 2024년 쿠팡의 연 매출 41조3000억원은 국내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37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은 살아났을까. 연구 결과를 보면 의무휴업일에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들은 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갔다.
'쿠팡 사태'가 촉발한 새벽배송 시장 지각변동
지난해 터진 '쿠팡 사태'가 분위기를 바꿔놨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국회 청문회 출석 거부, 미국 정부를 통한 로비 의혹까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이 일었지만, 막상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였다.
정치권은 뒤늦게 깨달았다.
당·정·청(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은 지난 4일 실무 협의회를 열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논의했다. 알려진 대로 법안이 개정된다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모두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최대 수혜주'로 지목된 CJ대한통운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시작하면, 누가 물건을 나를까? CJ대한통운이다. 이미 신세계그룹 계열 온라인몰 SSG닷컴의 새벽배송을 전담하고 있다. 마트 입장에서 자체 물류망을 새로 깔기보다, 전국에 인프라를 갖춘 CJ대한통운을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KB증권은 6일 CJ대한통운의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올렸다. 현재 주가(10만9400원) 대비 28%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사가 꼽은 수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새벽배송 물량 증가. 새벽배송의 핵심은 신선식품이다. 이마트는 신선식품에 강하다. 규제가 풀리면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 테고, 그 물량은 CJ대한통운으로 흘러간다. 현재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 매출은 연 1600억원 수준인데, 이게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배송 시간 분산 효과. 지금은 택배 물량이 낮 시간대에 몰린다. 새벽배송이 늘면 물량이 24시간으로 분산된다. 터미널과 차량을 추가로 들이지 않아도 더 많은 물건을 나를 수 있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고, 일요일 배송량이 67%나 늘었다. 이런 노하우가 발휘될 여지가 있다.
쿠팡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9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에 물류망을 깔았다. 법 하나 바꾼다고 이 격차가 단번에 좁혀질 거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다. 게다가 의무휴업일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마트가 쉬는 날에는 여전히 새벽배송을 못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대형마트 업계는 그간 일방적으로 흘러가던 판을 뒤흔들 기회라 보는 눈치다. 전국에 퍼져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1800여곳이 잠재적 물류 거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쿠팡의 진정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석 달 전엔 '규제', 지금은 '완화'…정부의 모순
이번 대형마트 규제완화 추진 소식은 한편으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완화, 특히 새벽배송에 정반대 입장이었다. 지난해 11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벽배송은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해롭다"며 "심야노동을 어떻게 규제할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벽배송 노동자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우울증 비율이 일반 노동자의 3배, 자살 생각 경험이 2.4배라는 결과가 나온 직후였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속내는 '쿠팡 견제'다. 그때의 명분은 어디로 갔을까. 쿠팡 새벽배송 기사가 아프면 규제하고, 이마트 새벽배송 기사가 아프면 괜찮다는 건 분명 아닐 테다.
13년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온 대형마트. 이제 조금이나마 수평적인 경쟁이 가능해질지, 그리고 그 반사이익을 증권사 전망처럼 CJ대한통운이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그 순간에도 수많은 택배기사가 새벽을 가로지르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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