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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부르는 위약금·판매대금 보름 후 지급…편의점 '갑'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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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2년전 한 대기업 편의점 브랜드 본사와 5년 가맹계약을 맺은 A씨. 그는 요즘 폐업문제로 본사 직원과 상담을 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4000만원 정도되는 가맹해지 위약금 관련 자세한 항목을 담은 명세서를 달라고 했더니 본사 직원이 위약 해지 내역이 담긴 한 장의 프린터물을 보여 준 후 "기밀 사안이라 외부에 유출되면 안된다"며 바로 회수해갔기 때문이다. A씨는 "위약금의 정확한 내역을 직접 보고 자세히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 남편과 함께 내역을 보겠다고 했더니 급히 회수해갔다"며 "위약금이 한 두푼도 아닌데 왜 명세서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4명의 편의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태가 벌어지면서 편의점 가맹본부와 편의점주 간의 갑을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편의점업계의 전형적인 갑을 관계는 계약해지 과정서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은 가맹점주들이 자신들을 '새우잡이 배' 신세로 표현할 정도로 계약해지가 어렵다.


회사를 퇴직하고 편의점을 창업한 B씨는 창업 당시 편의점 가맹본부 개발부 직원의 최저 수입 월 500만원 보장이란 설명에 망설임 없이 편의점을 창업했다. 인테리어비, 시설비, 영업개시 상품입고비 등 모두를 가맹본부가 부담해 창업비용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편의점 개점 후 매일 24시간 열심히 영업을 했지만 예상했던 수입은 커녕 판매 재고물량의 반품조차 안 돼 적자만 쌓였다.

B씨는 결국 폐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해지 위약금이니 인테리어비용 등 배상해야 할 비용이 창업비용보다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지위약금은 통상 계약기간 잔여기간을 기준로 최대 10개월치의 손해액을 물어야 했다. 인테리어비 등 시설비도 잔존가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라는 게 본사측 요구였다.


하지만 문제는 B씨 등 대다수의 점주들이 창업 초기 인테리어 비용을 정확히 모른다는 데 있다. B씨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수입품 등 고급 자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무슨 영수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략적으로 계산해 봐도 시장가격의 2배는 되는 거 같다"고 토로했다. 계약 해지시 매장 내 재고물량의 반품이 안되는 것도 편의점주들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위약금 등을 놓고 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CU 등 편의점주들이 잇따라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이같은 계약해지 과정에서 벌어졌다.


계약해지 사례가 아니더라도 편의점 운영 중에도 갑인 본사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편의점주들의 주장이다.


C씨는 개별 사업자인지 ‘계약직 사장’인지 애매하다고 호소한다. 편의점은 당일 판매한 대금을 익일 오후 6시까지 전액 가맹본부에 입금해야 한다. 하지만 이 판매 금액을 본부로 부터 다시 되돌려 받으려면 정산 기준일로 15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편의점주가 갑자기 현금을 쓸 일이 있어도 쓸 수가 없는 구조인 셈이다. C씨는 "POS에 매출현황이 바로 찍히기 때문에 15일이나 늦게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내 사업을 하는 건지 매달 판매한 만큼 성과급을 받는 직원인지 잘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만약 당일 판매한 대금을 익일까지 입금하지 못할 경우 패널티를 물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판매대금 입금이 1일 늦으면 1만원, 2일은 2만원, 3일은 4만원, 4일은 8만원, 5일은 16만원씩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D씨는 "고리대금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본부는 편의점에 15일이나 늦게 입금하니 최소한 은행 이자라도 더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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