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영국 금융시장 정보업체 마킷의 지분을 5억달러어치 매입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1년 설립된 마킷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A) 금리 등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마킷은 매달 유럽 구매관리지수(PMI)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최근 유로존 부채위기로 이 지수가 주목을 받으면서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테마섹이 마킷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시장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마킷은 은행, 자산운용사, 중개업체 등 다수의 금융업체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지분 비율이 1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테마섹은 은행들이 가진 마킷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억달러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 얼마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과거 사례를 통해 지분율을 대충 추산해볼 수는 있다. 제너럴 애틀랜틱 파트너스는 2010년 1월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마킷 지분 7.5%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마킷의 시장 가치는 3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마킷 주가를 고려할 경우 마킷의 시장 가치는 45억달러 정도라고 FT는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할 경우 테마섹은 10%를 약간 넘는 정도의 지분율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마킷은 미국의 볼커 룰 등 향후 금융시장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또 한 번의 성장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강화는 곧 금융업체들에는 리스크 요인인만큼 마킷과 같은 시장 정보를 다루는 업체들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테마섹 투자 유치도 이러한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은행들 지분을 줄임으로써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다수 주주들에 의한 의견 충돌 가능성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의 유착 의혹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마킷이 부정한 방법으로 특정 은행들을 도와준 것은 아닌지 조사 중이다.
마킷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랜스 우글라 마킷 최고경영자(CEO)는 "항상 회사에 가능한 옵션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IPO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마킷은 싱가포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5년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달러 표시 채권 시장을 위한 채권 평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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