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중국 관영 영자 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의회 반기 통화정책 증언이 나온 뒤 중국에서 물가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하순 상하 양원 반기 통화정책 증언에서 “현 3차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FRB 내부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대두된 것과 달리 버냉키 의장은 오히려 필요하면 추가 부양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중국의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미국이 달러를 계속 살포하면 위안화 가치 상승과 중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금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개월 만에 3%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미묘한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3%대 CPI는 중국에서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상 CPI 억제 목표치 4%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과열 억제에 애쓰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난 직후 대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으로 한 주 동안 9100억위안(약 158조4000억원)의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 바 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에 버냉키 의장의 의회 증언으로 중국의 긴축기조가 강해지는 게 아닌지 부담만 커지고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의 장융쥔(張永軍) 연구부 부주임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신흥국가 경제에 재앙을 몰고 올 통화정책의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장 부주임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수출 수요가 늘면서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증가한 유동성은 중국에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 소재 싱크탱크인 금융안정센터의 로렌스 굿맨 대표도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기를 부양시켜 중국에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왜곡은 향후 상당한 비용요인으로 둔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의 의회 증언을 전후해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3일 연속 오르다 지난 1일 소폭 하락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2798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 가치가 전일 대비 0.03% 하락한 것이다.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의 종 령부소장은 "향후 몇 개월간 중국 위안화 강세가 주로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내달 9일 2월 CPI 상승률을 발표한다. 중국 산업은행의 루 정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CPI가 전년동월대비 3.2%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 맞다면 중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3%대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2월 물가 상승률에는 춘제에 따른 일시적 요인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PI에서 3분의 1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식품 가격 상승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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