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그 기시감의 실체와 엎치락거리던 겨울을/겨우 빠져나온 마음,/을 왼쪽 귀가 슬픈 수저로 떠먹는다/(......)몸이 되려는 소리들이 발가락 사이로 바빠진다 바스락거린다 저기 봄쑥, 봄냉이 풀향기가 천지에 가득하다고
유수연의 '마음이 몸이 된다 - 열린 문1'
■ 휴전선 부근의 독수리떼를 구경하러 갔던 날, 사람들이 가져다준 소 한 마리를 뜯어먹은 독두(禿頭) 군단이 일시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새들을 보면서, 그들의 몸 속에 갈기갈기 찢겨 들어있을 소의 몸을 생각했다. 나는 소띠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미련한 아들을 보면서 늘 '저런 소같은 넘'이라고 중얼거리셨다. 독수리들의 비상을 보면서 나는 마치 소같은 내 넋이 그 수많은 독수리의 몸이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한 환영을 만났다. 황홀한 유체이탈이었다. 유체(幽體)는 몸에 깃들어있다고 말하는 영(靈)을 표현한 말이다. 초현실을 믿는 사람들은 이것을 우브(oobe:out of body experience)라 하는데, 유체는 대기를 여행하다가 은줄(생명선)이 몸과 연결되어 다시 들어와 앉는다고 주장한다. 평생 몸을 놓고 싶었던 마음이, 비로소 제 몸을 떠나 슬프거나 뿌연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마음. 기묘하게 매력적인 문장들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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