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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 김명숙의 '몸엣것'

시계아이콘00분 37초 소요

보름이 넘어가도 기별이 없다/달력을 보며 손가락으로 꼽고 또 꼽아보지만//내 몸에 뭔가 모를 기류가 흐르고 있다/아닐 거야//여태 별일 없었는데/이제 와 무슨 일 있으려고......//하지만 남편의 입은 귀에 걸렸다/거 뭐, 하나 낳지.//안심할 수도 내버려둘 수도 없는/애물단지 내 몸//저만치 해맑은 얼굴 하나 아장아장 웃으며 걸어온다.


김명숙의 '몸엣것'


■ 여인이 달이 둥글어지는 기간과 같은 방식으로 몸이 변화한다는 것에, 눈부셔한 때가 있었다. 달항아리를 보면 아기를 품은 여인의 배가 떠올랐다. 여인이 달이라는 것, 달처럼 부풀어 오르는 환한 윤회(輪回)가 생명의 비밀이라는 것. 이쯤 되니, 달과 해를 가리키는 음양, 다섯 개의 행성을 가리키는 오행이 헛소리가 아닌 것 같고, 사주니 팔자니 육갑(六甲)이니 하는 것이 다 의미심장하다. 달을 따라 출렁이는 파도와 달을 따라 출렁이는 여인. 모든 여인은 바다의 육화(肉化)이며 교교한 밤을 피우는 달맞이꽃이다. 생명은 어디서 오는가. 없었던 것이 생겨나는 그 순간은 언제인가. 생리가 멈춘 날들 사이에 여인의 몸에서 진행되는 그 알 수 없는 기류. 이 미묘한 순간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누구나 그렇게 왔지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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