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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정태춘의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25초 소요

어디 숨어 뭣들 하는고? 껄껄껄/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귀만 푸르고/대숲에 베인 칼바람에 붉은 꽃송이들이 뚝 뚝/앞산 하늘은 보자기만 하고 속세는 지척인데/막걸리집 육자배기 하던 젊은 여자는 어딜 갔나/마하반야바라밀다 아아함./옴마니마니마니 오오홈./밥때 놓쳐 후줄한데 공양 염(念)이 없으랴만/요사채 꼴뚝이란 놈이/"잘 가거라"//(......)//옴 마니마니마니 오오홈./옴 도로도로도로 오오홈./선운사에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서울로 모셔다가 오래 보자 하였더니/할(喝)!



정태춘의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중에서



■ 대한민국의 대중가요가 이만한 오도송(깨달음의 노래)으로 올라섰다는 것은, 지성사의 대사건이 아니던가. 멋쟁이 가객 정태춘이 읊고 까부는 저 희희낙락과 통절함의 언어와 가락에 마음을 맡기다 보면, 이어폰 낀 출근길이 통째로 절간 가는 길이다. 선운사에 갔더니 거기도 속세다. 동백 한 그루 사서 서울 베란다에서 키우려 가져왔다. 그런데 고사(枯死)했다. 문득 번쩍 깨달음. 아파트 내 집이 수행처로구나. 할!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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