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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공광규의 '대팽두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6초

공장식 가축 사육이 낳은 구제역 확산으로/소 돼지 사슴 수백만 마리가 생매장되었다고 한다//어느 지역 샘물에서는 핏물이 나왔다고 하니/선진국 타령을 하다가 선짓국을 먼저 먹게 된 것이다//추사 선생이 칠십 넘겨 남기신 마지막 예서 작품은/어린이 글씨처럼 쓴 대팽두부(大烹豆腐) 대련이렷다//한자를 해석하면 이렇다//"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가장 좋은 모임은 남편 아내 아들 딸 손자 손녀"


공광규의 '대팽두부'



■ 구제역의 재앙은, 자연을 거스른 욕망이 빚은 것. 공광규는 그 대목에서, 짧지만 인상적인 식(食)의 경전 하나를 꺼낸다. 추사 김정희가 말한 대팽(위대한 음식)과 고회(高會, 숭고한 모임)다. 추사가 그것을 깨닫게 된 건 죽음을 앞둔 71세때이다. "내가 세상의 맛있는 음식 먹어봤지만 시골밥상이 최고이고, 세상의 멋지고 훌륭하고 매력적인 사람 만나봤지만 가장 즐거울 때는 내 아내, 내 새끼, 내 손자들을 만나던 때였다. 세상아, 너희는 나처럼 살지 마라. 소박한 것에 깃든 기쁨과 만족을 귀하게 여기고 부디 시간을 아껴 잘 먹고 잘 살아라." 말년의 추사가 남긴 말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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