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들, 왕위 계승 제도 개선 필요성 역설
여성 왕족은 결혼 후 왕족 신분 포기해야 돼
일왕 외동딸 아이코 공주…여왕 찬성 90%
일본에서 여성에게도 왕위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사설에서 “황실을 둘러싸고 있는 남은 숙제는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6일 아사히신문은 특집 기사를 내고 “황실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며 “왕위 계승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왕실전범에 따라 여성 왕족은 결혼 후 왕족 신분을 포기해야 하고, 왕위를 물려받을 수도 없다. 과거 나루히토 일왕의 여동생인 사야코 전 공주도 일반인 남성과 결혼한 뒤 왕적을 이탈해 남편의 성을 따라갔고, 최근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이자 후미히토 왕세제의 장녀인 마코 전 공주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현재 일본에서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왕족은 3명이며, 나루히토 일왕의 자녀 세대 중에서는 후미히토 왕세제의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 한 명만 남는다. 지난해 왕실 평균 연령은 60.2세로 고령화됐다. 지난 1994년 기준 왕족 수는 26명이었는데 현재 17명으로 줄었고, 공주들이 결혼하면 왕족 신분이 사라져 앞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왕위 계승 후보군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일본 내에선 여러 차례 여성 또는 모계 왕족의 왕위 승계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여야는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실에 남거나, 옛 왕족의 남자아이를 입양하는 등 2개 방안을 제시한 2021년 정부 전문 사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루히토 일왕은 슬하에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를 두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여성 일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 지난해 4월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취임 전 '여성 왕위 계승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취임 후 자민당 내 반대파의 압박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자민당 내 강성 보수층에서는 현행 부계·남성 승계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지난해 11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소수여당이 된 지금이 여성 왕위 계승을 논의할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여성 왕족의 배우자, 아이에게도 왕족 신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안정적 왕위 계승을 위한 여야 협의에서 중의원 의장·부의장은 올해 정기국회 때 ‘입법부의 총의’를 모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