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 투병 前 농구코치 박승일과 함께 준비
朴씨, 지난해 9월 준공 3개월 앞두고 별세
가수 션이 고(故) 박승일 농구 코치와 함께 꾼 꿈을 15년 만에 이뤘다.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을 준공한 것이다.
션은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션과 함께'에서 경기 용인시에 자리한 '승일희망요양병원'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션은 서울 잠실에서 카메라를 켜고 "용인에 건물을 하나 지었다. 15년 동안 정말 열심히 모았다. 빌딩이 다 지어졌다. 건물까지 42km 정도 되는데 같이 가보자"며 달리기 시작했다.
풀코스 마라톤 거리만큼을 완주한 션은 용인에 도착해 "여기가 아까 말씀드린 제 건물이다. 제 친구 고(故) 박승일 공동 대표와 저의 꿈이었던 국내 최초,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병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이 준공일"이라며 "외관 공사는 끝났는데 아직 내부 인테리어가 끝나지 않아 1월 말 정도에 모두 세팅하고 3월 개원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상에는 박승일의 누나인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도 함께 등장했다. 박 이사가 촬영 당일 승일희망요양병원의 간판이 올라갔다고 전하자 션은 "42.28km 뛴 보람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병원 곳곳에는 환우들은 물론 이들을 돌보는 직원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손길이 눈에 띄었다. 아이스버킷챌린지 등을 통해 35만 명 이상이 총 239억을 모아 건립된 이 병원은 이들의 이름을 담은 기부 월도 제작할 예정이다.
션은 박승일과의 첫 만남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교회 집사님이 승일이가 안구마우스로 쓴 책을 전해줬는데 받자마자 하루 만에 다 읽었다"며 "승일이의 꿈이 국내 최초 루게릭 병원을 짓는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션은 좋은 일에 쓰기 위해 1억을 마련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는 "승일이의 꿈에 이 돈이 전달되는 게 맞겠구나 싶어 1억 수표를 끊어서 찾아갔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아픈 사람 앞에선 그렇지 않나. 그런데 1살 형인 승일이가 먼저 친구 하자면서 편하게 다가왔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션은 "책에 승일이가 10억 정도 있으면 루게릭 전문병원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썼다. 승일이도, 그걸 믿은 나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른 거였다"면서 "(건축비가) 계속 올라서 239억 빌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승일이는 22년 동안 꿈꿔왔던 건데 완공된 걸 못 보고 하늘나라에 간 게 많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션은 "승일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영하 1도의 날씨에도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진행했다. 그는 챌린지에 성공한 뒤 다음 순서로 "박승일 대표, 하늘나라에서 꼭 도전해 줘"라며 박승일을 지목했다.
션은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이니까 지어진다고 끝이 아니다. 잘 운영되고 잘 케어를 받아야 우리 병원을 보고 우리나라의, 다른 세계 곳곳에 이런 병원들이 세워질 수 있으니까 더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운영하는 데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승일은 연세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농구 선수로 활동한 뒤 2002년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에서 코치로 일하던 중 루게릭병 판정을 받아 23년간 투병했다. 그는 지난해 9월25일 향년 53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션과 함께 2011년 비영리재단인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해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각종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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