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발표한 '대국민 인사'에서 탕평인사를 최우선으로 선언했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고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된 첫날의 첫 대국민 약속이니 진정이 담긴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이 거의 모두 탕평인사를 거론했지만 실제 제대로 탕평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내각'이니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부'니 하는 말을 들었다. 이제 국민은 '말 만의 탕평인사'는 믿지 않는다. 실제로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난 후에 판단하고 평가할 것이다.
첫 시험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다. 이어 내각을 구성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 인선, 청와대 비서실 인사, 각 정부부처 장차관 임명 등 후속 시험대가 줄줄이 놓여 있다.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그 모든 인사가 당선인의 '대탕평책' 약속에 부합하는지를 살필 것이다. 단순히 출신 지역ㆍ학교별로 안배하고 형식적으로 남녀와 노소의 균형을 이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대적소의 인재를 발굴하고 능력과 도덕성의 잣대 또한 엄정하게 들이대야 한다.
측근ㆍ정실인사를 하거나, 선거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보은ㆍ논공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이라는 한 정당의 대표나 후보였을 때와 달리 이제는 온 국민의 대표이자 지도자가 됐다. 선거과정에서 맞싸운 상대편의 인재도 기용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권력 중심에서 먼 곳까지 두루 인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대탕평책'이란 표현이 민망해지지 않는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지금 박 당선인 주위에 양지만 찾아다니는 해바라기 정치인, 권력의 꿀맛을 탐하는 폴리페서, 기득권에 집착하는 반개혁적 관료출신이 수두룩하다. 이른바 '친박' 중에 선거승리로 얻은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자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야속하다, 매정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이런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한 대통령, 통합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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