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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정치색 산업정책'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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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정치색 산업정책'은 이제 그만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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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 의욕적으로 선도했던 그린산업(Green Industry) 여기저기서 빨간불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내 태양광업종 가운데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국내 2위 기업인 한국실리콘이 최근 부도를 내는 등 태양광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앞당기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과잉투자의 본산지인 중국정부가 자국 태양광기업에 더 큰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추가로 11억달러ㆍ누적 20억달러)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기차 역시 판매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해 국내외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운 회사들이 개점휴업 상태이고, 탄소배출권 시장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외면으로 장기불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왜 이 같은 총체적 부실이 발생했을까? 우선 기업들이 정확한 수요와 공급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산업의 경우 중국 등 글로벌 과잉투자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곤두박질쳤다(한때 ㎏당 250달러에서 현재 ㎏당 1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고도의 기술적 우위가 없는 한 중국의 물량공세는 누구나 예측 가능했는데도 여기에 대비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다. 전기차나 탄소배출권 등도 유럽이라는 좁은 시장만을 바라보고 너무 앞서나갔던 것이 패착이었다.


펭귄은 바닷속 물고기를 잡아먹고 생존해야 하지만 무리 가운데 누군가가 먼저 바다에 뛰어들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린다. 남극 추운 바닷속에는 위협적인 온갖 적들이 숨어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 중 '위험추구 성향이 가장 크고 성격이 급한' 누군가가 먼저 뛰어들어 위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우르르 뛰어드는 것이다.

산업조직론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뛰어드는 펭귄은 충분한 모험자본을 확보한 슈퍼 글로벌기업이나 위험 DNA가 체질화된 기술벤처기업으로 본다. 그런데 국내기업 가운데 충분한 모험자본을 가진 슈퍼 글로벌기업이 많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 대가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벤처기업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미국의 글로벌 슈퍼기업들조차도 1등 전략을 꺼린다. 아무리 참신하고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수명이 짧거나 표준이 바뀌거나 트렌드 변화로 하루아침에 '무가치한 기술의 블랙홀'에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기술과 산업전쟁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일단 투자부터 하는 1등 전략보다는 기다리고 인내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뛰어드는 2등 전략도 필요하다. IBM 같은 기업은 중장기적 시장 가능성은 있지만 상용화가 확실치 않을 때 모험자본이 먼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기다렸다가 그 기술을 사들이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패착의 두 번째 요인은 정부가 그린산업을 제2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면서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을 통한 대규모 산업지원이 이뤄지면서 보험금 성격의 '눈먼 돈'을 먼저 잡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무더기로 그린산업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은 물론 군소회사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린산업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예산을 쏟아부어 주도했던 '정책 아이콘'이었다. 기술의 변동성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데 여기에 정치적 고려까지 포함되어 더 어려워진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새 정부가 혹시라도 또 다른 '정치적 산업 아이콘'을 고려한다면 '시장성과 투자효율성을 외면한 채 예산을 낭비하는 1등 전략은 이제 그만!'이라고 주문하고 싶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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