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산지 확대 나선 백화점들
기후 리스크·미식 트렌드 확산…산지 경쟁력
백화점 식품관이 '산지 경쟁'에 들어갔다. 명절 선물세트가 가격과 물량 중심에서 벗어나, 특정 산지와의 독점 협업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진화하면서다. 기후 변화로 농산물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식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로 레드샤인머스캣 계열의 프리미엄 신품종 포도 '글로리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다. 청과 바이어들이 직접 산지를 탐색해 겨울에도 여름 과일의 풍미를 구현할 수 있는 국내 전통 산지와 단독 계약을 체결한 것이 특징이다.
글로리스타는 가락시장 신품종 포도 품평회 2025년 1위에 오른 품종으로, 이번 선물세트에는 경북 상주에서 20년 이상 포도 농사를 지어온 농가의 18브릭스 이상 고당도 물량만을 엄선해 롯데백화점 단독으로 선보인다.
시장 반응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가을 잠실점과 본점을 포함한 수도권 7개 점포에 한정 입고된 글로리스타는 전량 조기 소진됐다. 레드샤인머스캣 계열 포도는 붉은 색감과 산뜻한 단맛을 앞세워 지난해 가을에만 매출이 60% 이상 신장하며 포도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백화점은 지정 산지 전략을 명절 대표 과일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2024년부터 무주, 청송, 거창, 나주 등 약 5개 산지를 지정해 국내산 최상급 청과를 단독 수급했다. 이후 기후 변화에 대응해 산지를 다각화하고 신규·이색 농가를 발굴하면서 2026년 기준 양구, 정선, 천안 등을 포함한 10여 곳으로 지정 산지를 두 배 이상 늘렸다.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설을 앞두고 태국 중부 차층사오 지역 산지와 협력해 망고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단순 수입을 넘어 재배부터 수확, 후숙, 선별, 물류까지 전 과정에 자체 품질 기준을 적용한 산지 공동 프로젝트다. 신세계백화점은 '셀렉트팜'으로 불리는 지정 산지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유명 산지와 협업하며 품종 선정부터 재배 방식, 수확 시점까지 함께 설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 명절에 유기축산·방목생태축산·동물복지·저탄소 방식으로 사육한 환경 친화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지정 산지 전략을 '가치 소비'로 확장했다. 바이어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방목생태축산 농가 50여 곳을 선별했고, 사육 환경과 운영 방식을 직접 확인·검증한 농가만을 협업 대상으로 삼았다. 올해는 70여년간 유기농 방식으로 한우를 사육해 온 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신규 산지로 추가하며 차별화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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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농산물 생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품질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지정 산지는 리스크 관리 수단이자 차별화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지 스토리와 생산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엔 명절 선물이 가격대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산지 이름이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며 "산지를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상품 인식이 확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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