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CEO "설계 전문가 영입"…엔비디아에 도전장
수요처 다변화에 삼성·하이닉스 협상력 제고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보는 여전히 숙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 강화를 본격 선언했다.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GPU 시장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GPU 시장 참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매우 유능한 GPU 설계 총괄책임자를 영입했다"며 GPU 시장 재진출을 공식화했다. 인텔이 영입한 인물은 퀄컴 출신의 GPU 전문가 에릭 데머스 수석부사장으로 추정된다. 데머스는 최근 링크트인을 통해 수석부사장으로 인텔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탄 CEO는 GPU 개발 프로젝트는 지난해 암(Arm)에서 영입한 케보크 케치치언 총괄수석부사장(EVP)이 총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GPU는 데이터센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고객사들과 협력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GPU 시장 재도전은 AI 연산의 핵심인 GPU 없이는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인텔은 자체 AI용 가속기인 '가우디(Gaudi)' 시리즈를 선보였으나, 엔비디아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의 벽에 막혀 고전해 왔다. 그러나 올 하반기 1.4나노(14A)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와 맞물려 서버용 GPU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탄 CEO는 "몇몇 고객사들이 인텔 파운드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안을 모색 중인 상황에서 이들을 공략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GPU 시장 재진출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GPU와 AI 가속기 제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적으로 탑재되는데, 공급처가 엔비디아 외에 인텔, AMD 등으로 확대될수록 메모리 제조사의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엔비디아든 AMD든 인텔이든 GPU를 만들려면 HBM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수요처가 늘어나면서 가격 결정력이 올라가고, 공급 물량을 조절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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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텔이 GPU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부족과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 부재가 가장 큰 과제"라며 "CPU 시장에서 오랫동안 강자였던 인텔의 GPU를 경쟁 업체들이 선뜻 채택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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