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위치 선정 곤란해 외부 설치
배출시간 전 쌓인 쓰레기…무단투기도
"도심은 깨끗한데, 마켓(시장)에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어디에 버릴지 혼란스러워요."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북창동 방면 호떡 가게와 카페들이 모여 있는 입구에서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플라스틱 음료 컵과 음식 포장지를 손에 든 채 서성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직선으로 이어진 가장 긴 단일 골목 약 370m 구간을 따라 걷는 동안 공용 쓰레기통은 1개도 보이지 않았다. 갈치조림골목, 칼국수골목 등 유명 맛집들이 몰린 골목들을 따라 1㎞를 훌쩍 넘는 동선에서도 쓰레기를 처리할 만한 장소는 찾을 수 없었다.
4일 오후 5시경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끝자락인 회현역 5번출구 인근에 쓰레기 더미가 버려져 있다. 각종 종량제봉투 사이에 관광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컵과 담배꽁초가 나뒹굴고 있다. 쓰레기 배출 시간인 오후 7시가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봇대에는 '쓰레기 무단투기는 범죄행위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지은 기자
시장 끝자락에서 회현역 인근 남창동 방향으로 돌아서자 전봇대를 중심으로 쓰레기가 쌓인 모습이 포착됐다. 오물이 담긴 봉투들이 뒤섞여 있는가 하면, 바닥에는 꽁초와 종이컵 등 일회용품이 나뒹굴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외국인 여성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전봇대 옆 쓰레기 더미 위로 다 쓴 물티슈 뭉치를 던졌다. 그에게 쓰레기를 버린 이유를 묻자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아서 여기가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인 줄 알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끄는 호떡집 몇 곳에서 호떡을 사 들고 나온 관광객들은 곳곳에서 음식을 먹고 쓰레기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었다. 3대가 함께 시장을 찾았다는 이모씨(44)는 "아이가 꿀 묻은 종이컵이 나뒹구는 것을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묻는데, 당황해서 '시장은 먹을 것을 많이 파는 곳'이라고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동생과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박모씨(37)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무단투기하는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약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 남대문시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가운데 쓰레기를 처리할 공용 인프라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대문시장은 1만2000개 이상 점포와 5만명 넘는 종사자가 있는 국내 최대 종합시장이다. 하루 평균 30만~40만명, 연간 1억명 이상이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먹거리뿐 아니라 의류·안경·잡화 등 1700여종 품목을 취급한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인기가 뜨겁지만, 시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할 공용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게 고민 지점이다. 쓰레기 집하 기능을 하던 적환장이 잔고장을 이유로 2019년 철거된 뒤 대체 수거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서다. 점포별 자체 처리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이동하며 음식을 먹는 '길거리 음식' 특성상 쓰레기를 점포로 다시 가져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초입에 위치한 남대문로 지하상가 입구에 다 마신 음료 병과 종이컵이 놓여있다. 이곳으로부터 50여m 떨어진 버스정류장에는 쓰레기통이 설치돼있다. 오지은 기자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미관상 눈에 잘 띄는 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쓰레기통이 놓이는 지점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다. 중구 측은 시장 외곽이나 버스정류장 인근에 쓰레기통 6개를 설치했지만, 관광객을 비롯한 방문객 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반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종로구 광장시장이나 통인시장 등 일부 전통시장에선 입구나 고객 안내센터 주변에 100ℓ 규모 공용 쓰레기통을 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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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장 청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자체에서 출입구에 공용 쓰레기통을 설치해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공공 영역에서 (미화 노력이) 선행됐을 때 상인들도 시장 내부에 쓰레기통을 두고자 하는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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