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전·후반 90분이 끝난 뒤 경기 기록지에 적힌 점유율은 16% 대 84%. 역대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렇게 낮은 점유율의 팀이 승리한 적은 없었다. 슈팅 수는 5 대 25, 유효슈팅은 3 대 8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2대 1 기적 같은 승리였다.
셀틱(스코틀랜드)이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최강' 바르셀로나(스페인)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셀틱은 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셀틱 파크에서 열린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G조 4차전 홈경기에서 바르셀로나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셀틱은 2승1무1패(승점 7)를 기록, 조 2위로 선두 바르셀로나(3승1패)를 승점 2점 차로 추격했다. 셀틱은 지난 바르셀로나와의 3차전 원정경기(1-2 패)에서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을 내주며 패했었다. 전날 클럽 창립 125주년을 맞은 터였기에 승리의 기쁨은 두 배였다.
레넌 셀틱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바르셀로나 3차전 원정에서 점유율은 30대 70이었다"라고 운을 띄운 뒤 "공을 내주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셀틱은 점유율을 사실상 포기했다. 필드 플레이어 10명 전원이 중앙선 아래로 내려서 수비에 전념했다. 이렇다 보니 점유율은 지난 원정 때보다 더욱 나빴다. 16대 84의 일방적 양상이었다.
그 대신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거센 압박으로 바르셀로나를 괴롭혔다. 셀틱 선수들은 라인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상대의 짧고 세밀한 패싱 플레이에 맞섰다. 역습 혹은 세트 피스 상황에선 롱패스와 장신을 활용한 공격으로 빈틈을 노렸다.
전략은 주효했다. 전반 20분 얻은 코너킥 기회. 멀그루가 오른쪽에서 찬 코너킥은 골문 앞 완야마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되며 골망을 갈랐다.
행운까지 따랐다. 전반 28분 이니에스타와의 2대 1 패스에 이은 메시의 왼발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췄고, 8분 뒤 산체스의 헤딩도 골포스트를 때렸다.
수문장 포스터의 선방도 돋보였다. 후반 15분 산체스의 문전 연이은 슈팅을 쳐낸 데 이어, 후반 25분에는 메시의 강력한 왼발 슈팅까지 막아냈다. 셀틱으로선 더욱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던 대목이었다.
조급해진 바르셀로나는 순간 집중력을 잃었고, 셀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18세 소년이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터뜨린 꿈같은 골이 함께했다.
후반 37분 포스터가 찬 골킥을 중앙선 부근에 있던 사비가 걷어내지 못했다. 한 차례 크게 튄 공은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들던 와트에게 연결됐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와트는 폭발적 드리블에 이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역습을 위해 빠른 발을 가진 와트를 교체투입한 레넌 감독의 용병술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셀틱은 후반 종료 직전 메시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운 터였다.
마침내 종료 휘슬. 선수단은 물론 셀틱 파크 6만 관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25년 클럽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승리이자, '16%의 기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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