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내리지 않으면 사과문 볼 수 없도록 홈페이지 변경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애플이 '사과문 꼼수'에 이어 '스크롤 꼼수'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존 홈페이지 디자인을 바꿔 스크롤을 내려야 사과문이 보이게 한 것이다.
4일(현지시간) 애플 영국 홈페이지에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게재됐다. 문제는 이 사과문을 보기 위해서는 화면 밑으로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첫 화면에 접속한 상태에서는 사과문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소셜 뉴스사이트인 레딧은 "애플이 화면 중앙 이미지를 확대시키는 자바스크립트를 최근 설치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홈페이지와 비교하면 이 자바스크립트는 영국에만 등장하는 예외적인 것이다.
결국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아이패드 미니 사진을 극대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과문이 화면 밑으로 숨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방문자는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만 '삼성-애플 영국 판결' 사과문을 볼 수가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 법원이 사과문을 첫 화면에 게재토록 하면서 위치까지 명령하지 않은 것을 애플이 역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넥스트웹은 "이미 뻔뻔한 사과로 판사를 격노케 한 것처럼 이번 일도 애플의 전형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애플은 영국 법원 명령에 따라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해 '사과 꼼수'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이에 법원은 애플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지시하며 사과문을 다시 게재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이 영국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은 "2012년 10월25일 삼성 갤럭시탭과 관련해 영국 웹사이트에 공지문을 게재했다. 공지문은 부정확했고 항소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수정된 공지문을 '삼성-애플 영국 판결'에 올렸다"는 내용이다.
애플이 스크롤 꼼수를 쓴 것은 특허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사과문 게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과문 게재는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특허전쟁의 명분까지 잃을 수 있다"며 "그러나 스크롤 꼼수가 또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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