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인천시와 중앙정부 사이에 모처럼 '화해무드'가 만들어졌다.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전 덕분이다. 주요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혔던 최근 몇 년 간의 상황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 부를 법하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GCF 제 2차 이사회 개막 하루 전인 17일 저녁 시정일기에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실무단을 한껏 추켜세웠다. 18일 개막한 이사회는 900조원 규모의 GCF 사무국 유치도시가 결정되는 행사다.
송 시장은 "기재부 정홍상 국장, 최종구 차관보 모두 열심이다. 손성환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인천시와 정부가 환상적으로 손발을 맞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뛰고 있다"고 썼다. 이어 "야당 소속 시장과 중앙정부가 (중략) 신뢰를 갖고 이렇게 손발을 맞춰 뛰는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다"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거론된 사람들은 정부 측 GCF 사무국 유치 추진단 인사들이다. 송 시장의 감사 표시는 이명박 대통령으로 향했다. 17일 저녁 GCF 이사국 환영만찬 연설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송 시장은 "인천방문에 환영과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의 깜짝 출현으로 모두 놀랬다. (중략) 훌륭한 축사였다. 설득력 있게 한국의 발전상을 설명하고 녹색기금이 왜 인천 송도에 유치돼야 하는지 잘 설명했다"고 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에게는 SK와이번스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경기 초청을 약속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박 장관은 야구광팬이다. 롯데 팬이다. 오늘(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이 문학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녹색기후기금 유치에 성공하면 플레이오프 5차전 문학 경기에 박 장관과 기재부 준비팀을 초청할 생각"이라고 썼다.
인천시는 최근까지도 정부와 번번이 대립각을 세워왔다. 인천아시안게임 주 경기장 국고보조 문제에선 '인천 홀대론'까지 제기하고 나섰고 정부의 인천 앞바다 조력 발전소 건설 강행에도 정면으로 반대해왔다. 수도권 쓰레기 1매립지 골프장 민간위탁 방침에는 "모든 인ㆍ허가를 불허하겠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그랬던 인천시ㆍ정부가 언제 그랬냐는 듯 호흡을 척척 맞추고 있다. GCF 사무국 유치의 막대한 효과 때문이다. GCF 사무국에는 2013년부터 8년 간 한 해 1000억 달러 씩 총 8000억 달러, 우리 돈 904조원이 적립될 예정이다. 향후 상주할 인력이 8000명에 달한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그동안 우리나라가 치른 모든 국제행사를 뛰어넘는 경제적 파급이 기대되고 있다.
송 시장은 17일 저녁 만찬장인 I-타워로 이동하는 분위기를 전하면서 사무국 유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사국 방문단들이) 모두들 만족했다. 수상택시를 타고 타워로 이동했다. 모두들 주변환경에 놀랐다. 심지어 독일 대표단들도 탄성을 발했다. 독일 본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모든 것이 치밀하게 준비됐다"고 썼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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