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 국채위기 해결의 귀감으로 칭송받아온 포르투갈도 계속되는 긴축조치에 염증을 느끼고 긴축에 반기를 든 스페인과 그리스에 합류했다.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포르투갈 정부는 서비스를 축소하고 세금을 올렸으며 국민들은 묵묵히 인내했지만 마침내 불만이 터졌다고 뉴욕타임스(NYT) 국제판인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16일자에서 보도했다.
포르투갈 정부가 지난달 추가 긴축조치를 취하자 마침내 수 만 명이 거리로 나와 포르투갈이 위기를 맞은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더욱이 포르투갈 정부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예산안을 마련해서 국민의 반발은 심해지고 있으며 포르투갈 노조는 다음달 14일에는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포르투갈은 780억 유로(미화 10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국제 금융기구가 요구한 긴축 처방을 부지런히 따라왔다.
그렇지만 지난 9월 페드로 파소스 코엘료 총리정부가 사용자의 사회보장세를 삭감하는 대신 노동자 몫은 크게 올려 사회보장기금을 재분배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류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 조치는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사용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응을 초래해 코엘료 총리는 제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NYT는 이런 잘못된 조치 탓에 포르투갈의 고통스럽지만 꾸준한 진전을 보이던 긴축조치를 밑받침하던 사회와 정치적 응집력을 와해시켰다고 지적했다.
리스본 대학의 페드로 마갈하에스 정치학 교수는“ 정부가 누렸던 신뢰는 회의와 불신으로 바뀌었다”고 꼬집고 “정부가 계획을 철회했는데도 재앙이나 국제사회의 견책이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불가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운송과 소매업 등의 2만 4000개 기업을 대변하는 포르투갈 상업서비스연맹(PCSC) 의장은 “정부가 새로운 조치를 내놓기 전에 실물경제 동향을 파악하지 않은 탓에 정부는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다”면서 “국제사회의 포르투갈 구제계획이 포르투갈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페스 의장은 “긴축조치는 기계처럼 적용됐다”면서 “포르투갈은 국내 시장 하강에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으로 가득찬 나라가 아니라 유일한 대안이라고는 문을 닫는 것 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나라”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많은 가게가 문을 닫거나 대규모 할인 광고판을 내걸었다.실업률은 15%로 치솟았다. 판매세 급등으로 보카,마니페스토와 같은 유명식당이 급감했다.
근로자들의 식당 이용도 줄었다.많은 이가 도시락을 들고 다닌다. 심지어 포르투갈내 최대 금융회사인 방코 에스피리토 산토는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 구내 식당을 만들어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설치했다.
소비지출이 감소하자 세수도 줄었다.2012예산안에서 포르투갈 정부는 판매세 세수가 전년보다 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8개월동안 오히려 2.2% 감소했다.
카를로스 모에다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포르투갈 경제가 내수보다는 수출지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유럽의 경기침체로 수출은 내년에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포르투갈 정부는 할 말을 잃게 됐다.
포르투갈 정부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포르투갈 정부는 15일 대규모 증세를 포함하는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게 그것이다.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4.5%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허리뛰를 더 졸라매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포르투갈 경제는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보이다.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포르투갈 경제성장률이 올해 3%,내년에 1% 하락하는 등 3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사회당 정부의 장관과 유럽집행위원을 역임한 안토니오 비토리뇨는 “정치적 실수가 긴축피로 상태를 보이고 있는 사회를 강타할 때는 영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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