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稅.토빈稅...여야 '표잡기 증세' 심각하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짜 놓은 안대로라면 다음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2013년 1인당 평균 세 부담은 550만원 가량이다. 지난해 525만원보다 25만원, 4%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세금이 4%정도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이렇게 계산했다. 그러나 국내외 각종연구기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낮추었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세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복지에 사용할 재원은 더 늘어나 부족한 세수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서민 중산층에 세금 걷어 표얻을까=역대 대선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해 국민들 전체에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해서 당선된 대통령 후보는 없다. 대신 재벌과 부자에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사용하고 서민,중산층의 부담은 최소화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런데 감세를 트레이드마크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5년간 평균 조세부담률은 19.9%였다. 노무현 정부의 19.5%보다 높아졌다. 연도별로 보면 조세부담률은 2008년 20.7%, 2009년 19.7%, 2010년 19.3%, 2011년(잠정) 19.8%였다. 조세부담률에 연금,보험료 등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2008년 26.5%, 2009년 25.5%, 2010년 25.1%, 2011년(잠정) 25.9%를 기록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증세는 필요하지만 증세와 감세를 구분해 전반적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재벌,부자에 대한 슈퍼증세로 복지 재원을 마련해 서민,중산층에 쓰겠다고 공약했다.
내년도 경제가 어려울지라도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복지재원 마련이 필수다. 새누리당은 현재의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을 조정해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방향의 소득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현재 5단계인 과표구간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같이 3∼4단계로 과표구간을 줄이고 세율을 조정하되 조세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얻는 세수는 1245억원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대폭 올리고 대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부자에 세금 與 부유세 카드=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중하위 소득계층도 형편에 맞게 복지비용을 부담하는 '보편적 증세'를 전제로 법인세와 부유세의 실효세율을 높인 뒤 구간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나 적게 내는 사람이 모두 세금을 낸 것에 대한 복지 혜택을 받아야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도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복지재원과 추가수요에 대한 공급(세수)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정치권은 최근 수요(증세)를 더 확보해야 한다. 솔직해진 곳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문재인 후보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12일 MBC라디오에 나와 증세와 관련, "정부지출 구조개편, 조세감면 축소만 갖고는 복지재원이 안 나온다"며 "모든 대선 후보들이 솔직하게 증세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소득세 손질, 부자감세 환원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대위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제시한 부유세 카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는 "부유세는 얼핏 보면 로빈후드나 일지매 같은, 서민을 후련하게 하는 느낌을 준다"며 "상속세는 공짜로 물려받으니 무겁게 매기는 거 맞지만, 부유세는 자기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세금을 매기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10개 나라 정도가 부유세를 하지만 안하는 나라가 늘어난다"며 "김 본부장이 갑자기 부유세를 들고 나온 것이 이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유세는 순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일부 유럽 국가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에도 도입하자고 해서 버핏세로도 불린다. 부유세의 원조는 2002년 대선에 이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노동당 권영길 당시 대선후보다. 당시만 해도 당시 여야 모두 중세적인 색깔의 공약이라고 비판했지만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이 들고 나온 것이다. 부유세가 도입되면 일정 수준 이상 고소득자의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민주-安 토빈세 해야...유럽發 증세=민주당은 부유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나 토빈세를 새로운 카드로 추진 중이다. 토빈세는 1978년 미국 예일대 토빈 교수가 국제 투기성 단기자본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제안했다. 프랑스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며 EU국가 중 최초로 토빈세를 도입했고 독일과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은 2014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토빈세 도입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토빈세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는 반대입장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에서 토빈세 도입을 주장했으며,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 역시도 '자본통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토빈세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거래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토빈세는 국제적인 흐름을 봐야한다"면서 "외환을 빌려오는 것은 수출입 무역금융 분야도 있어 토빈세 도입이 기업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고 투자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토빈세(Tobin's tax)=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모든 국가가 자국으로부터 시작되는 모든 외환거래에 대해 0.1%에서 0.5%정도의 낮은 일정 세율로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학교의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1978년에 제안한 세제.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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