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출 회수가 어려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올 상반기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신규발생액과 가계부문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였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0조8000억원으로 3월말의 20조9000억원 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말 18조8000억원에서 1분기 2조원 이상 늘었지만 2분기 들면서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고정이하여신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부문은 1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대기업은 5조1000억원, 중소기업의 고정이하여신은 12조원에 달해 중소기업의 대출금 부담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문은 줄어든 반면 개인의 대출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계의 경우 3조2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가계부문의 고정이하여신 증가와 관련해 기업보다 상각(재정상 부채를 체계적으로 상환하는 것)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은행들이 기업부문의 고정이하여신을 털어내는데 집중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고정이하여신 축소에도 불구하고 "부채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규발생이 확대된 데다 차주들의 상환이 아닌 은행 부담을 통해 빚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고정이하여신 신규발생액은 6조9000억원으로 1분기 보다 1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을 활용해 부채를 탕감한 것과 다름 없다"면서 "추가로 발생하는 부실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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