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가계대출 연체율 1% 넘어서..6년만에 처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내 은행의 대출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연체율이 2009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은 집단대출 여파로 6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 은행들의 연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의 연체채권 잔액(원화 기준)은 16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원 순증했다. 3조3000억원이 늘었지만 1조2000억원이 정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체액 증가와 함께 지난달 연체율은 1.54%로, 전월대비 0.1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09년 2월 1.67%를 기록한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과 가계 부문 모두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01%로 2006년 10월 이후 약 6년 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0.91%로 상승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소송 등이 얽히기 시작한 집단대출 연체율은 1.90%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12월 처음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단대출 패소 판결이 나타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이를 제외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2%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심 판결이 집중됐는데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40여 건이 진행중인데 이 가운데 10여 건 정도가 패소로 결정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집단대출 소송은 채무부존재 소송으로 진행되는데 판결 전까지는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연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는 연체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는데다 갚지 못할 경우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전환된다.
기업 대출 연체율(원화)은 1.98%로 전월말 대비 0.25%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의 경우 2.36%를 기록했다. 조선과 건설업에서 신규 연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연체율은 5.20%, 부동산 및 입대업은 2.09%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대규모 연체액이 나타난 것은 맞지만 이달 모두 해소됐다"면서 "실제 연체율은 이를 훨씬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원화대출채권 잔액은 1095조8000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4조9000억원(0.45%)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4조1000억원 늘어난 616조3000억원, 가계대출은 457조원으로 1조5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309조3000억원으로 8000억원 확대됐다.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은 157조1000억원, 중소기업의 경우 459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대출과 연체율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겅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연체율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외경제 충격에 대비해 부실채권 조기정리를 독려하고 충당급 적립 강화를 지시하는 등 부실채권정리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