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여행의 대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흠뻑젖는 사람, 유적지를 찾는 사람, 최근 떠오른 힐링이나 웰빙을 즐기는 여행, 그리고 입이 풍요로운(?) 별미기행 등 다양하다.
이중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키는 것은 '맛'이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나 웰빙을 즐겨도 맛을 놓쳤다면 왠지 허전하거나 여행을 망친 기분이다. 그래서 나름 여행좀 한다는 사람들은 '맛집'을 먼저 정하고 주변 여행지를 찾는다. 다른것은 실패해도 '맛'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뜻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금을 내리 긋다보면 끝은 전남 장흥땅에 닿는다. 장흥이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리는 이유다.
장흥은 숲과 물을 최고로 쳐준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편백나무가 장관인 우드랜드는 힐링여행지로 인기만점이다. 어디 그뿐인가. 계곡과 탐진강엔 물이 넘쳐나 여름날 전국이 들썩이는 물축제로 한바탕 잔치도 벌인다.
하지만 뭐니해도 장흥에선 입맛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 장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삼합'을 비롯해 여름보양식 '갯장어샤브샤브', '한우 된장물회', '바지락무침' 등 별미가 한가득이다. 지갑은 홀쭉 해져도 맛집만 돌아 다녀도 아주 성공한 '여행'이 된다.
◇장흥 삼합-한우, 키조개관자, 표고의 환상궁합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 한데 싸먹는 톡 쏘는 맛의 삼합은 호남의 대표적인 별미 음식이다. 하지만 장흥에는한우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를 싸먹는 색다른 삼합이 있다. 바로 '장흥 삼합'이다. 세 가지 모두 장흥의 특산품이다. 한우는 그 자체로도 장흥의 으뜸 별미다.
장흥 인구가 4만여명인데, 사육되는 한우는 5만 두가 넘는다고 한다. 청정 무공해 지역에서 자란 표고버섯 또한 장흥을 대표한다. 육질이 두껍고 맛이 뛰어난 키조개는 득량만에서 건져내 바다 내음이 진하다.
이런 한우와 표고, 키조개가 만나면 과연 어떤 맛일까.
달거진 숯불위 불판에 한우 한 점을 올린다. 표고는 수분을 머금어 탱탱한 것을 골라 올리고 키조개는 육수물에 담근다. 고기의 육즙이 배어 나올 때 뒤집어 살짝만 익힌다. 깻잎에 고기와 표고, 키조개를 싸서 입안 가득 넣는다.
부드러운 한우의 담백한 맛에 은은한 표고 특유의 풍미가 더했다. 텁텁할 수도 있는 맛을 키조개의 쫄깃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감초 역활을 한다. 그래서 조금은 낮선 세가지의 재료가 섞어내는 맛의 조화은 환상궁합이다.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느끼는 맛은 다르지만 해물맛보다는 표고 때문인지 고기의 맛에 조금 더 가깝다. 겨자를 푼 간장이나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더욱 살아난다.
읍내에 있는 '만나숯불갈비(061-864-1818)'는 다른 식당과 달리 숯불을 사용해 고기맛은 특별하다. 불판 옆 양념장에는 냉면 사리를 넣어 먹는 맛도 깔끔하다.
◇갯장어샤브샤브-여름 보양식 이한점이면 끝
갯장어(참장어)를 해물육수에 데쳐 먹는 '갯장어샤브샤브'는 여름철에 찬사를 받는 보양식이다. 남해안 일대 갯벌에서 서식하는 갯장어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A가 풍부해 최고의 강장 식품으로 꼽힌다.
장흥 사람들이 주로 '하모'로 부르는 갯장어는 5월에서 10월 사이에 주로 먹는데 이맘때가 가장 맛있고 제철이다.
뱀장어나 붕장어에 비해 가시가 많은 게 흠이지만 맛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도톰하게 살이 오른 갯장어를 촘촘하게 칼집을 내서 먼저 가시를 부드럽게 만든다. 다음 한입 크기로 자른 갯장어를 전복, 버섯, 대추, 인삼, 파 등을 넣고 끓여 만든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다. 한입 먹어본 맛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강유신 주무관은 "갯장어는 너무 익히지 말고 살짝만 데쳐야 육질이 야들야들하고 고소하다."면서 여기에 자색양파나 상추, 묵은지에 싸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는게 가장 맛있다고 자랑한다.
갯장어를 샤브샤브로 즐기면 진한 육수가 우러나 시원한 국물을 맛볼 수 있고 죽이나 면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소화 흡수도 잘 된다. 여름철 입맛 까다로운 이들에게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음식답다.
◇된장물회ㆍ한우물회-후루룩 한사발 들이키면 더위 싹~
된장물회는 맛보지 않으면 후회할 만한 명물 별미다. 초고추장을 풀어서 만들어내는 물회와는 전혀 다르다. 먹어보면 뭐 이런맛이 다 있나 싶다.
농어나 돔의 속살, 잡어 등을 약간 익은 열무김치에 된장을 풀어 양파, 풋고추, 마늘, 매실과 막걸리를 숙성시킨 식초 등과 버무려 낸다.
원래 된장물회는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준비해간 김치가 시어 버리자 잡아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개운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라 맛보는 사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각 식당마다 조금씩 맛은 다르지만 장흥군청앞에 있는 '싱싱회마을(061-863-8555)'이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국물은 면을 말아서 먹거나 따뜻한 밥에 말아먹으면 감칠맛이 좋다.
된장물회 업그레이드 버전이 한우된장물회다. 토요장터 상설무대 앞에 자리한 '명희네(061-862-3369)'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우된장물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회대신 싱싱한 한우가 들어간다.
주문을 하자 커다란 옹기항아리에 노랑색, 붉은색 등 색색빛깔이 아름다운 물회가 들어온다. 얼음이 띄워져 보기에도 시원한데 가운데 자리한 한우까지 푸짐하다.
한 국자를 떠서 접시에 담아 살며시 입에 넣어본다. 회와는 달리 담백하게 씹히는 한우가 입안으로 밀려든다. 그러더니 된장의 깔끔한 맛과 상큼한 열무김치가 섞인다.
시원한 국물맛은 기본이다. 여기에 매실액기스와 식초, 각종 야채에서 느껴지는 맛들은 특별하다. 보기만 화려한게 아니라 재료 하나하나가 모여 맛도 화려하다. 순식간에 입맛을 사로잡는 매력이 철철 넘쳐난다.
이외에도 수문해수욕장 입구 바다하우스는 바지락 무침이 맛난 곳. 살짝 데 쳐낸 바지락에 막걸리식초, 미나리, 양파, 당근, 오이 등의 채소를 얹은 후에 매콤한 양념에 무쳐나온다. 술안주로도 좋지만 대접에 넣고 밥을 쓱싹 비벼먹으면 감칠맛나는 풍미를 안겨준다.
장흥=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동광주나들목으로 나와 광주외곽순환도로에 올라서 29번 국도를 타고 화순 쪽으로 빠진다. 화순읍을 지나 이양면소재지에서 장평 쪽으로 우회전한다. 다시 유치 방면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가다보면 장흥댐 쪽으로 내려가는 23번 국도를 만난다.
△축제=물의 도시 장흥에서 흥겨운 여름물축제가 막을 올린다.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2012 대한민국 정남진 물축제'가 바로 그것. '물과 숲 그리고 휴'라는 주제로 장흥읍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짜릿한 물맛을 보여준다.
정남진 물 축제는 2008년 처음 개최된 이래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강변에서 열리는 물놀이 축제 중 최고의 축제다.
올해는 대폭 업그레이드 물맛을 선보인다. 천연무지개풀장, 지상최대 물싸움, 물썰매 등 물을 주제로 한 킬러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처음 도입되는 지상최대 물싸움과 물썰매는 주목해볼만하다. 편을 갈라 물총과 물풍선을 쏘고 던지면서 벌이는 물싸움 난장인 지상최대 물싸움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형 이벤트다. 정남진물축제추진위원회 061-860-0380
△볼거리→남포 소등섬
소등섬은 남포마을 바로 앞에 떠 있는 작은 무인도다.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안성기(이정섭), 오정해(용순), 한은진(준섭), 정경순(장혜림) 등이 출연한 영화 '축제'는 장흥군 회진면 출신의 작가 고 이청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여름철에는 바지락 채취체험이 가능하고, 겨울에는 일출과 석화구이가 유명하다.
→편백숲 우드랜드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 전남 장흥군에는 100ha에 이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바로 그곳.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에서 건강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이 있다. 우드랜드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찜질방인 편백소금집이 개방돼 있어 휴양과 건강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유치자연휴양림
유치자연휴양림은 옥녀봉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든 무지개폭포와 옹녀폭포, 협곡이 만들어낸 기암괴석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비목나무, 가래나무, 비자나무, 굴피나무, 참나무류, 산수유, 고로쇠나무, 산벚나무, 단풍나무 등 400여종의 온난대림 식물이 분포하고 있으며 통나무집, 물놀이장, 놀이터, 야영장, 족구장, 출렁다리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외에도 장흥에는 천관문학공원, 보림사, 고영완 가옥, 탐진강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또 회진면 노력항에서 제주성산포 항까지 가는 뱃길이 2010년 7월 열렸다. 1시간50분에 주파한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뱃길이라 자동차로 제주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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