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소득 증가로 해외여행객 늘어…여행 패턴도 각양각색
광화문 광장에서 빨간 깃발을 하늘 높이 들고 있는 여행가이드를 따라 모두 똑같은 조끼나 배지를 가슴에 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가고 있다면 예전에는 대부분 ‘일본 단체 관광객이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일본 관광객들도 2~3명이 짝을 지어서 개별로 나서는 관광을 단체 관광보다 선호하는 추세다. 실제로도 한국에 한두 번이라도 와봤던 일본 관광객들은 더는 단체 관광으로 한국을 찾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보이는 이 대규모의 그룹 여행객들은 ‘중국 단체 관광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여유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해외여행 및 국내여행을 막론하고)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80년대 개혁과 개방이 이뤄지고 경제적 성장과 함께 부유층이 생겨나면서 중국 여행 산업이 함께 발전해왔다. 아직도 대다수 중국인에게는 죽기 전에 베이징의 자금성이나 상하이의 동방명주를 보는 것이 꿈일 정도로 편히 쉬고 즐기는 여행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부모님이 환갑이나 칠순을 맞아 ‘효도여행’을 가는 것이 첫 해외여행이었던 것과 비슷하게 현재 중국인들도 크게 마음먹고 특별한 날을 맞아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상하이나 베이징 등의 대도시나 장가계, 항주, 소주 등의 자연과 인접한 곳을 여행하는 국내 여행도 인기이지만 해외여행도 중산층 정도의 중국인들에게는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로 꼽힌다. 해외여행의 패턴도 과거 저렴한 단체 관광만을 찾던 것에서 벗어나 자유여행은 물론, 자동차 여행, 혹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오지 등을 찾는 여행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중국 본토를 벗어나 여행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지역은 홍콩이었다. 총 2832만명의 중국인들이 홍콩을 방문했다. 두 번째로 많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찾은 곳은 마카오로 1977만명이 방문했다. 3위는 한국으로 237만명의 중국인이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홍콩과 마카오가 사실상 중국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방문국가는 사실상 한국인 셈이다. 그다음으로 본토 중국인이 많이 찾은 곳은 대만으로 총 185만명이 방문했다.
1~4위 방문 지역 중에서 중국 이외의 실질적인 해외 방문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 뒤를 이어서 말레이시아, 일본, 태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에 10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방문했다. 아직은 중화권 국가, 상대적으로 관광비용이 저렴한 국가를 택하는 경향이 많다. 올해는 6월 말까지 상반기 동안 3800만명의 중국인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18%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서 비중화권 국가, 물가가 비싼 지역으로의 관광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미국은 자국 내의 경제 위기 돌파구의 일환으로 유치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비자 발급 기간을 단축했다. 과거에 미국에 간 적이 없는 사람은 서류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받을 때까지 2주에서 1달까지도 걸렸지만, 발급 기간 단축 이후 1주일 이내에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간소화된 것이다. 2011년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18만명이었으며 지난해 2011년 9월부터 2012년 6월 말 현재까지 미국 비자를 받은 사람의 숫자만 1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관광청은 2015년에는 미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광 패턴도 과거의 단체 그룹 관광에서 개별 관광이나 혹은 테마 관광 등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여행사인 중국여행서비스(TMS)는 부유층 가족과 친환경 골퍼,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그룹 등으로 나누어 타깃 마케팅을 시작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이나 제주도를 벗어나서 강원도 지역의 리조트를 중심으로 한 휴양 중심의 관광 상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이다.
이들 중 많은 숫자의 리조트는 과거 기준으로는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많았으나 최근 위안화가 강세를 띠고 부유층도 늘어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것이 여행사 측의 설명이다. 인도양의 세이첼 섬 등은 이국적이고 방문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가 아니었지만 얼마 전에는 전용기를 따로 띄울 정도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원인 리우메이메이는 매년 미국의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번갈아 방문한다. 지난 겨울에는 한국의 제주도와 홍콩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단체 관광은 절대 사절하고, 가족들과의 오붓한 ‘쇼핑 여행’을 즐길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미국 브랜드의 옷과 신발을 사고 한국에서는 화장품과 인삼, 유럽에서는 명품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쭦
중국 최대 선사 ‘중국원양(中國遠洋)’ 충격적인 수익하락 기록
중국원양(中國遠洋)은 중국 최대의 선사로 COSCO(China Ocean Shipping Company)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국유 기업이다. 1961년 설립된 중국원양은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 160여 개 국가와 지역의 항구 1500개 곳을 커버하고 있다. 초기 소형선박 4척, 2만2600톤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2011년에는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기업 500’에 399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2004년에는 수익이 100억 위안을 돌파하였다. 정기선사 운임 수입으로 분류했을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사인 한진해운이 2011년 66억달러로 세계에서 7위를, 중국원양이 64억달러로 바짝 뒤를 이으며 8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또 다른 선사인 현대상선은 46억달러로 14위를 차지했다. 중국원양은 자국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물동량과 함께 국유기업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빠른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했으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모든 선사와 비슷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약 100억위안의 적자를 나타내면서 업계 최대의 적자 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도 중국원양 측은 수익 하락을 투자자들에게 경고했으며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중국원양을 비롯한 중국 선사들의 수익 전망은 밝지 않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2010년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 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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