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KPBPA, 이하 선수협)가 지지부진한 10구단 창단에 초강수를 뒀다. 올스타전은 물론 페넌트레이스 참가와 관련해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선수협은 25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3시간여 동안 논의를 가졌다. 핵심 안건은 최근 무산된 10구단 창단에 대한 대책 마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가진 임시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 안건을 무기한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또 한 번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주된 배경은 질적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였다. 당시 류대환 KBO 홍보지원부장은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향후 고교야구팀 증대, 신인 지명제도 보완 등을 통해 아마추어 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을 조성한 이후 10구단을 창단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10구단 창단 승인을 촉구하고 나선 선수협은 바로 유감과 분노를 동시에 드러냈다. 보도자료를 통해 “팬들과 국민들 그리고 선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부 구단들의 반대로 10구단 창단을 무기 연기시킨 것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올스타전 및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거부, 선수노조 설립 등을 예고했다.
이날 긴급 임시총회는 이에 대한 9개 구단 선수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였다. 각 구단 대표선수들은 별다른 잡음 없이 선수협의 의도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회의 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10구단 창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의미에서 올스타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며 “10구단 창단 문제는 단순히 한 팀이 늘어나는 데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프로야구의 존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당장의 올스타전보다 10구단이 하루빨리 창단되어 좋은 야구를 보여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총장이 밝힌 강경대응은 올스타전 불참에 머물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 경기 불참 등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KBO가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까지 이사회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리그 스톱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재검토에서 10구단 창단이 또 한 번 무산된다면 선수, 팬, 언론 등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장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야구 원로들은 물론 은퇴선수들까지 여기에 힘을 보태기로 사전에 약속한 까닭이다. 박 사무총장은 “앞서 일구회, 은퇴선수협회 등으로부터 선수협이 어떤 행동을 하든 100%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모든 야구인들이 선수협의 뜻에 동참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선수협은 추이를 지켜본 뒤 올스타전 불발의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 형태로는 팬 사인회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사무총장은 앞서 예고한 선수노조 설립과 관련해 “10구단 창단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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