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수입차 브랜드들의 '가격인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내수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하지만 수입차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에서다.
12일 국내외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뉴 아우디 A5'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가격을 다음 달부터 적용 예정인 한-EU FTA(자유무역협정) 관세 인하 효과를 미리 반영해 책정했다. 뉴 아우디 A5는 6470만원(부가세 포함), 뉴 아우디 A5 카브리올레는 738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미국 브랜드 크라이슬러도 이달 초 2000만원대 후반의 새로운 지프(Jeep) 브랜드 모델을 선보였다. 크라이슬러가 2000만원대 모델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달부터 한-EU FTA 관세 인하 정책을 선반영, 주요 모델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이에 앞서 도요타는 지난달 부분변경 모델 신형 RX350을 기존 모델 대비 940만원 인하한 6550만원에 출시했다. 도요타는 앞서 신형 GS시리즈를 1000만원 이상 낮춘 가격에 출시해 지난달 300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GS시리즈는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가 두 자릿수대에 불과했다.
수입차 브랜드의 가격 인하 바람이 거세지면서 폭스바겐, 닛산 브랜드 등도 잇달아 추가적인 가격인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최대한 출혈경쟁을 피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가격인하 여력이 있는 만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입차 브랜드 전반에 가격 인하 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상위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가격인하 정책이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BMW의 판매실적은 국산차 브랜드도 바짝 긴장할 정도다. 지난달 BMW 520d의 판매대수가 월간 기준 1000대에 육박하면서 사실상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가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인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에 대한 언급 없이는 신차를 소개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입차 브랜드 간 가격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을 낮추는 만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독일계 수입차 브랜드 한 관계자는 “수입장벽이 무너지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성을 감안한다면 모든 브랜드가 앞으로 가격경쟁만으로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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