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날개 달고 질주하는 그들.. 점유율 10% 눈 앞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더 이상 옛날의 수입차가 아니다.”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가 3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하면서 국산 완성차 브랜드의 경계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등이 지난 4월 이후 잇달아 신차를 내놓고 있지만 수입차 브랜드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점유율 10%대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8.37%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7%보다 1.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5월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마의 9%벽을 돌파해 9.4%를 기록하면서 점유율 10%대를 눈앞에 뒀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미 FTA 발효로 수입차의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1위 BMW를 중심으로 다운사이징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타깃층이 급격히 확대됐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국산 브랜드가 수입차에 뺏겼던 시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차 출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와 같은 추세에서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대 달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브랜드의 기세와 자존심 회복에 나선 일본 브랜드의 저력은 예상을 초월한다는 게 국산 브랜드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더구나 지난 5월 들어서는 포드, 크라이슬러 등 부진했던 미국차 브랜드의 판매대수까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의 질주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국산차 브랜드는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3~5위 브랜드. 르노삼성의 내수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한국GM과 쌍용차의 내수판매 회복이 기대치에 미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한국GM의 지난 5월 내수판매는 1만3005대로 전월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서는 감소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각각 4665대, 4104대 파는데 그쳤다. 수입차 브랜드의 5월 판매대수가 1만1708대인 점을 감안하면 3곳의 국산 브랜드와의 차이는 약 1만대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국산차 브랜드와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대수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국산차 브랜드 3곳의 5월 총 판매대수는 2만1774대에 불과해 같은 기간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 비중과 비교하면 53.7%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국산차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신차를 발표해도 다른 국산 브랜드 보다는 수입차 브랜드를 더욱 의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가격과 서비스 센터망도 더 이상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행됐던 고객서비스를 벤치마킹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시행하고 있었던 '홈투홈 딜리버리 서비스', '픽업&딜리버리 서비스' 등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보증기간 연장, 딜리버리 서비스 등 차별화된 부분을 더욱 부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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