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통합진보당 사태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다. 이정희와 이석기, 김재연 등 통합진보당내 당권파 인사들이 보여주는 파렴치는 어떤 드라마속 악역 배우에 뒤지지 않는다.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서 벌어진 부정선거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을 교묘히 비켜나 당내 정파간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 권력을 빼앗기지 않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 그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런 모습에 처음엔 화가 났다. 역겨웠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거짓과 꼼수를 자행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도 못하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다 그러다 이젠 애처롭다. 수치심마저 망각한 그들은 우리에게 남은 일말의 기대마저 접게 만든다.
진보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제도권 정치에 대거 진입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1980년대까지 민주 대 반(反)민주로 나뉘었던 우리 사회의 대립구도는 1990년대 접어들면서 진보 대 보수로 바뀌었다.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노동현장과 지하서클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운동권이 세상밖으로 나왔다. 일부는 시민단체에 몸을 담았고, 일부는 제도권 정치에 도전장을 냈다. 그들이 보여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실험은 신선했다. 국민들에게 먹혔다. 그렇게 참여정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참여정부가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도덕성 실추였다.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이 비리에 연루됐다. 깨끗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권력맛에 더 쉽게 현혹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의 실세였던 인물들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국민들은 도덕성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지 않는다. 정직하고 깨끗한 정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지도자를 원한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주사(주체사상)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사파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를 인식하는 수준은 30년전 그 옛날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현실정치에서도 북한을 추종한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발전모델로 삼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하고 미국산 쇠고기만 문제 삼는다. 합리적이거나 민주적인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목적 앞에서는 도덕성 따윈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는 본질적으로는 이들의 정치철학과 이념에서 기인했다. 이들에게 '진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통합진보당'이라는 간판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진짜진보'와 '가짜진보'를 가려내자.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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