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친일인명사전'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고 이를 포함한 서적을 배포해서는 안된다고 청구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일제 강점기 때 만주국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의 행적을 제외해야 한다며 홍모씨가 제기한 서적복제·배포금지 소송을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홍씨는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의 일반선정기준과 분야별기준은 포괄적이고 자의적"이라며 "만주국의 천임관 이상의 관리로 재직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한 것은 구체적인 친일행위가 없는 사람을 '친일파'로 낙인찍어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반박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아버지가 만주국 마정국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만주국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의 협화회(協和會) 조직인 계림분회의 전체 임원회의에서 평의원으로 선임됐다는 점, 해방 후 경력 및 위 협화회의 설립취지, 역할 등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기술한 것으로 진실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취지는 특정 개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를 공정하게 기록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독립운동을 직접 탄압한 반민족행위자 외에도 일정 직위 이상에 있던 공직자는 지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에서 부일협력자 범주에 포함시켜 수록대상자로 삼았다. 특정인을 폄하하거나 비난 또는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소송을 기각해 원고의 패소를 확정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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