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면서 일부를 사채업자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살인을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전 CJ 재무팀장이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사기와 횡령, 살인미수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는 2006년 자신이 관리하던 이재현 회장의 개인자금 중 170억원을 월 2~3% 이자를 받기로 하고 박모씨에게 투자목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이중 8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정씨 등에 청탁해 박씨를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팀장의 직분을 망각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채업자에게 자금을 빌려줬다가 거액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살인미수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박씨로부터 당한 피해로 적개심에 '죽이고 싶다'는 등의 푸념을 했을 뿐 실제로 살인을 교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살인교사 혐의 입증에 있어 정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살인미수교사 무죄를 그대로 인정하고 피고측의 다른 유죄 부분도 파기했다.
재판부는 "관련 세금만 1700억원 이상인 이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를 고려하면 박씨에 빌려준 170억원은 전체 재산에서 그다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차명재산 관리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받은 책임자"라며 "이씨가 이 회장의 자금을 박씨에게 빌려주거나 대출받은 것 역시 사전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단을 받아들여 이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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