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친인척이 도박으로 번 112억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자신들 소유의 마늘밭과 주거지에 보관한 부부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이씨에게 징역 1년, 부인인 이씨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마늘밭과 현금 109억7800만원 몰수, 추징금 4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처남이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통해 번 돈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9년 6월부터 2011년 1월까지 12회에 걸쳐 112억원을 건네받았다. 이중 109억7800만원은 전북 김제시에 있는 밭을 사 흙속에 파묻었다.
1심 재판부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여 번 돈임을 알면서도 112억원을 받아 보관했다. 보관의 대가로 이씨 부부는 생활비 명목 1억5600만원도 받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순히 보관장소로 이용된 것에 불과해 피고인들에게 특정범죄를 촉진·확대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씨 부부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2심에서 기각되고 대법원에서도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마늘밭을 캐던 굴착기 기사 안모씨의 신고로 경찰에 접수돼 수사가 시작됐다. 세간에는 '마늘밭 110억' 사건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마늘밭 110억' 사건은 정부의 법 개정으로도 이어졌다. 마늘밭에 묻힌 불법도박 수익금 110억원이 국고로 환수됐지만 신고자에 지급된 포상금이 불과 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심의·의결해 범죄 수익금 신고 포상금을 최고 5억원까지 지급하도록 개정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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