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선진국의 '통화 쓰나미'에 대응하겠다" 약속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헤알화 상승 이후부터 큰 폭의 하락을 이어가자 정부는 더 이상 '통화 전쟁'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는 환율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금리 인하 단행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선진국의 이익을 위한 '통화 전쟁'에 브라질은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만테가 장관이 처음으로 '통화 전쟁'이란 단어를 사용한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브라질 통화 가치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성장률 제고를 위한 조치가 매주 이루어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함께 감세와 신용대출 확대 등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Copom)도 이날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준 금리가 역대 최저치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라질 금융당국은 빠른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7월까지 12.5%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그러나 인플레 압력이 완화되고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리 기조를 인하로 잡았다. 기준금리는 8월부터 연속 인하해 현재는 9.75%까지 떨어졌다. 브라질의 기준금리가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월의 9.5%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중앙은행은 올해 최저 기준금리가 8.7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전문가들도 기준금리 인하폭을 더 넓게 보고 있다.
브라질의 유명 컨설팅 회사인 프로스페르 코헤토라의 에두아르도 벨료 연구원은 "금리가 0.7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경제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더 큰 폭의 인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금리인하 조치와 더불어 헤알화 가치 하락에 힘써 경제 성장 제고를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인도에 이어 신흥 강대국으로 꼽히는 브라질의 GDP성장은 2003년 1.15% 기록한 이후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갔으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33%까지 하락했다가 2010년 7.53%로 치솟은 뒤 지난해 2.7%로 다시 내려앉았다. 이는 중국 9.2%, 인도 6.9%, 아르헨티나 8.8%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이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경제팀에 올해 최소 4%대의 성장을 목표로 과감한 부양책을 주문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브라질의 높은 금리를 노린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됐다. 무분별한 해외자본 유입은 헤알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한 브라질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출금리와 통화인 헤알화가 12년 내 최고를 기록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선진국의 '통화 쓰나미'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브라질로 몰려드는 무분별한 해외자본을 견제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포함한 금융 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해외 자본 유입으로부터 헤알화 방어를 위해 지난 12일 금융거래세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 초 2년 이하의 외자 도입에 세금을 물리기로 했고, 과세대상을 다시 3년 이하의 외국 자본으로 확대한 것으로 이달 들어 두번째 조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처럼 브라질 정부가 단행한 금리 인하로 라틴아메리카 자산이 다른 국가로 몰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당 1.75~1.80헤알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달러대비 브라질 헤알화는 지난해 7월 최고 높았던 것에 비해 14% 떨어진 1.7983헤알에 거래됐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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