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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슴 서늘한 '통제되지 않는 원전'

시계아이콘01분 02초 소요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지난달 외부 전원이 모두 끊어지는 '완전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비상 경보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층 놀라운 것은 원전 운영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사고를 한 달 넘게 숨겨 왔다는 사실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생생한 터에 고리 원전의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주는 놀라움은 크고 마음은 무겁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어제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지난달 9일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으며 12분 뒤 복구됐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지 한 달 이상 지나서 발표한 까닭이 있다. 한수원이 '모든 원전 사고는 즉각 의무적으로 정부에 보고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숨겨왔기 때문이다.

사고는 정기 점검차 운전을 중지하고 열 제거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발생했다. 노심의 온도가 높아져 냉각이 즉시 필요한 상태였지만 전원은 모두 끊어졌고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수천 도에 달하는 원전 노심을 제대로 식혀주지 않으면 노심이 녹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사고의 형태다.


고리 원전 1호기는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로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원전사고 643건 중 고리 1호기 사고가 127건에 이른다. 30년 설계수명을 넘기고 연장 운행 중인 데다 최근에는 중고부품 납품 문제가 불거지는 등 안전성 논란도 잦았다.


원자력안전위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원전 운행을 정지하고 현장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앞서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울삼아 46개 장ㆍ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사고 방지를 위해 5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현장조사도, 사고 방지 다짐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순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기존 원전 정책을 유지하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안전성 강화는 필수다. 고리 1호기 연장 운행의 안전성도 거듭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원전 관계자들은 '통제되지 않는 원자력발전소는 핵폭탄이나 다름없다'는 경구를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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