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대표 재연임 부담
대신할 만한 인물도 없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오는 3월 남상태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대우조선해양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방안을 결정하지 못해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7일 오전 1월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차기 CEO 선임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임 방식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은측도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선임 방식은 진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측은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CEO후보를 공식 추대한 뒤 3월 주총에서 최종 선임하는 큰 골격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CEO후보추천위 방식으로 진행하려면 임시 이사회를 한 번 더 열어야 한다. CEO후보추천위 구성은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결국 산은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종전 방식인 이사회 결정을 통한 차기 CEO 선임 절차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은이 선임 방식을 쉽게 결정짓지 못하는 배경에는 남 대표가 이미 연임을 했기 때문에 재연임을 수락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앞둔 가운데에서 자칫 정치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남 대표를 대신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도 차기 CEO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워낙 처리해야 할 일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2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가 회사 지분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등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조직을 안정시키고 수익을 내려면, 회사의 사정을 잘 알고 조직을 강력히 통솔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하는 데 남 대표가 가장 적임자라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에서만 근무한 그는 임직원의 장단점 하나하나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 만큼 친화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실적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창사 이래 두 번째로 많은 148억달러의 수주고를 올렸으며, 2년 연속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등 수익성을 높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누가 와도 대우조선해양의 위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회사의 안정적인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 남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 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1950년 대구 출생인 남 대표는 경동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1979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줄곧 회사를 지켰으며, 2003년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2009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조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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