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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7세 비대위원이 소년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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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7세 비대위원이 소년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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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의철 기자]조선 영조 때의 어사 박문수에 얽힌 일화 한 가지. 하루는 박 어사가 지팡이를 벗 삼아 한적한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급히 뛰어와 "악한이 쫓아오고 있으니, 좀 숨겨주세요"라고 청했다. 그리곤 덤불 밑으로 몸을 피했다. 잠시 후 과연 험상궂게 생긴 한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박 어사에게 비수를 들이대며 "좀 전에 여기로 도망 온 여자는 어디로 갔느냐?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네놈도 끝장"이라고 위협했다. 박 어사는 사내의 기세에 눌려 그만 여자가 숨은 곳을 가리키고 말았다. 악한은 비명을 지르는 여자를 들쳐 업고 사라졌다.


박 어사는 그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괴로웠다. 저녁 무렵 어떤 마을에 들어갔을 때 그는 아이들이 길가에서 '사또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다. 한 아이가 사또 앞에 나서 "기르던 새가 앞산으로 날아갔는데…. 좀 찾아주십시오"라고 고변을 했다. 사또 역을 맡은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앞산을 꽁꽁 묶어서 데리고 오너라. 내 당장 볼기를 쳐서 새를 되찾아주겠다"고 판결을 내리는 것 아닌가?

감탄한 박 어사는 앞서 자신이 당한 사건을 사또 역의 그 아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즉시 대답하기를 "그건 쉬운 일이다. 쫓기는 사람을 덤불 밑에 숨겨두고, 너는 갖고 다니는 지팡이로 장님 흉내를 내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박 어사는 무릎을 쳤다고 한다.


어사 박문수에 얽힌 일화는 대부분 그 시대를 산 민중들의 삶이 녹아 있다. 소년 사또의 일화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정작 필요한 것은 힘(무력)도 아니며 어사나 사또 같은 지위도 아니며, 바로 '지혜'임을 가르쳐준다.

한나라당의 27세 비상대책위원, 이준석이 정치권의 화제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뉴스가 된다. 이준석을 보는 사회 각층의 스펙트럼 역시 참 다양하다. '엄친아' '20대의 멘토'에서 '안철수 대항마'까지. 이준석을 박근혜식 정치실험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그의 비대위원 임명을 '소년급제'의 비극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전여옥은 "애들까지 정치로 내모는 한나라당" 운운하며 이 비대위원을 '철없는 아이'로 폄하하기까지 했다. '나꼼수' 김어준은 "젊은이, 정치란 어려운 거라네…"라고 점잖게(?) 훈수를 뒀고.


그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27세라는 나이가 갖는 참신성과 신선함에 주목한다. 과학고와 하버드대학이라는 주류사회의 스펙을 쌓고도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무료 과외봉사단체 활동을 하는 그의 이력은 매력적이다. 반면 그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나이 어린 애가 뭘 알겠냐"는 시각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다.


전자의 시각이 순진하다면 전여옥류의 시각은 지극히 '꼰대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이가 많다고 다 경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다 철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는 '개인이 갖고 있는 내공이고 콘텐츠'다.


어쩌면 27세 비대위원은 박근혜의 정치 실험이라기보다는 이준석 자신의 외로운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준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연코 '내공'이다. 검증이라는 명목하에 진행되는 언론의 흠집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그것이요, 표절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도 마찬가지다.


사족 한 가지. 가장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을 물었을 때 그리스의 천문학자 탈레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자신을 아는 일이 가장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이 가장 쉽다."'소년 사또'의 지혜는 나이가 어리다고 얻을 수 없는 것도 아니요, 나이가 많다고 거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의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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